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양 Oct 16. 2020

[독후감] 아몬드

감정의 유무


# 흥미로운 소재, 감정의 부재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못느낀다. 없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기쁨, 행복, 슬픔, 분노를 느끼지 못한다. 뇌의 한 부분이 고장이 나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이런 윤재가 보통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감정을 '연습'시킨다. 언제 웃고, 언제 기쁘고, 언제 화내야 하는지 하나 하나 다 가르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윤재는 모든 사건이 '사실', 그 자체로 다가온다. 죽음을 보고도 공포나 두려움이 아닌, 그 상황에 대한 인과관계를 파악할 뿐이다. 그렇게 윤재는 괴물이었다. 아무것도 느끼지는 못하는 괴물. 어쩌면 그렇기에, 곤이는 윤재가 끌리는지 모르겠다. 자신을 그 자체로 보는 유일한 존재이니깐.


   감정을 못 느끼는 아이, 감정 연습을 해야하는 아이. 문학 작품에서 주인공의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꽤 큰 재미인데, 「아몬드」의 주인공은 감정의 변화가 없다. 이런 소재가 무척 신선하고, 이를 둘러싼 이야기가 무척 재밌었다.



# 갈등의 치트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갈등의 해결이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은 무척 중요하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 속 윤재와 곤이 사이의 갈등은 '치트키'를 쓴 것만 같이, 한 순간에 '짠!~'하고 해결된 느낌이다. 치트키라고 하면, 개연성 없는 사건으로 갈등 상황이 한 번에 해결되는 장치 같은 것이다. 가령, 주인공이 시한부 인생이었거나 누군가 교통사고를 당함으로써 인물들의 갈등이 한 순간에 해결되는 경우다. 그래서 그런지 윤재와 곤의 갈등 해결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극적인 상황을 통해서 보다는, 둘의 관계가 해결되는 다른 실마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부분이 딱 하나 아쉬웠다.


# 감정도 연습이 될까?


   단어를 보면서 감정을 연습하는 윤재의 모습은 흥미롭다. 저렇게 보고 표정을 따라하고 배운다고 자신의 감정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소설 속 설정처럼 병의 증상이 아닌 경우라면 말이다. 정말 감수성이라는 게 연습이 될까.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읽었던 장면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오랜 고민 끝에 감정도 어느 정도 연습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보면서 감정을 배우는 것이다. 물론 100% 내가 느낀 감정이 아니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안목이 생기는 것 같기는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후감] 디플레전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