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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Dec 01. 2020

[독후감] 한국, 한국인

# 외국인이 보는 한국


   한국인으로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치안, 대중교통, 와이파이 등)이 외국인들에게는 놀라움과 충격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새삼스럽다. 외국인들의 놀라는 표정을 볼 때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본 한국은 어떨지 늘 궁금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한국의 모습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영국인 마이클 블린은 한국에서 외신기자로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관찰해왔다. 기자라는 직업 때문인지 꽤 통찰력 깊게 한국 사회를 꿰뚫어 보고 있다. 그는 한국의 정체성, 경제, 정치, 사회 등 여러 방면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안에는 너무 당연해서 이상하다고 못 느낀 것이, 그에게는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동시에, 외국인이기에 한국 사회에 깊게 배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책에서는 한국인으로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또는 당연한 것에 물음을 던질만한 내용들이 훨씬 많다.


   외국인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내가 보는 나와 타인 보는 나를 통합해, 온전한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도 이런 노력이 있을 때, 온전히 한국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 책 속의 내용


1. 더 이상 '우리'가 아니다

"일본의 강점, 내전과 분단으로 집단 지향적 문화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었다." p.76


   단일민족, 한겨레 같은 단어는 한국의 집단적 성향을 나타낸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족정신에 균열이 생겼다. 민족을 배신하고 팔아넘기고, 서로를 향해 총검을 겨눈 우리에게 더 이상 '우리'라는 의미는 예전과 같지 않다. 우리가 아닌 '나'라는 의식이 점점 더 커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2. 사회가 심판하고 벌을 내린다

"그러나 살아 있는 사람이 증오하는 사람에 대해서 취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그를 빌미로 하여 자살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저항의 형태로 감행하는 자살은 한국사회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엄청난 힘이 있다." p.85


   괴롭힌 상대를 유서에 적고 자살하는 행동. 나는 차라리 내가 자살할 바엔 살인자가 되겠다는 생각이었기에, 이런 슬픈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자살의 의도는 가해자에게 죄책감의 굴레를 씌우며, 동시에 사회에서 가해자를 매장시켜버리며 공공의 힐난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즉, 개인의 복수보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벌을 통해 가해자를 심판하고 인생을 파멸시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집단적 성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3. 평등은 나약함을 드러낸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병사들을 친하게 대하는 것만큼 권위를 약화시키는 행동은 없다. p.282


   꼰대, 권위주의, 가부장제 등등 그릇된 형태의 권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크다. 상호 존중, 배려, 협력의 가치를 원하기에 평등의 요구도 커진다. 그러나 나이와 지위를 불문하고 평등하고자 할 때,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권위를 갉아먹으며 얕잡아 보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즉,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 자칫하면 나약함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사회에서 평등하면서 권위 있는 것은 모습은 모순이다.


4. 밥, 생사를 묻는 안부

... 풀과 나무껍질을 삶아먹었다. 해마다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중략)... "간밤에 잘 잤니?"에서 "오늘 밥 먹었니?"로 바뀐 일상적 인사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된다. p.233

   나는 왜 그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사로 '밥'을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너무 가난한 시절을 겪으면서 밥을 먹었냐는 것이 생사와 안부를 묻는 표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슬프면서 조금은 웃기기도 하다. 그래서 그렇게 우리는 아직도 "점심은?", "저녁은?"이라는 말로 안부를 묻는다.

   그러고 보니 사극이나 옛이야기에서  밥으로 안부를 묻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아침 문안으로 간 밤에 잘 잤는지, 불편한 곳은 없었는지 물어보는 예절은 들어본 적 있다. 정말로 "간밤에 잘 잤니?"에서 "점심은 먹었어?"로 인사가 바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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