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괜찮다
# 어쩌다 박사까지
대학 졸업 이후 PD의 꿈은 접어두고 '어쩌다' 미국 유학을 가게 된 이야기다. 작가 본인이 원했던 길도 아니었기에, 힘들다는 표현보다는 불안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교훈을 배우며, 한층 더 성장했다.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그녀의 색깔로 잘 그려내고 있다.
# 느리지만 마침내
작가는 취미로 백패킹을 한다. 묵직한 배낭을 메고 천천히 산책로를 걷는다. 쉬어 가고, 경치를 감상하고,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그렇게 꾸준히 걷다 보면 정상에 이르게 된다. 이런 백패킹은 작가의 삶과 비슷하다. 박사 논문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해내는 모습은 그녀가 산을 오르는 모습과 닮은 것 같다. 느리지만 마침내, 해내는 것이다.
나 역시 느리지만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음은 처음부터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지만, 내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내 일을 할 뿐이다. 오랜 시간을 꾸준히 해내면 그래도 좀 잘하게 된다. 그러면 정상에서 왔던 길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난 시간들이 떠오른다. 어떻게 저 먼 길을 힘들게 걸어왔는지 사실 잘 기억도 안 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해냈구나. 참 대견하다는 마음이다.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잘하지는 것도 없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런 소리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한 번에 잘할 순 없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도 하나의 재능이라고 믿는다. 그게 내가 잘하는 것이다. 느리지만 마침내, 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