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자살, 가정폭력, 방황, 가족 간의 갈등등등,여러 소재들을 담고 있는 단편소설 7개로 구성되어 있다.각 소설을 읽다 보면 허구가 아니라, 진짜 내 지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평범하고 일상적인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누구나 고민했고 경험할 만한 일들과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선을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각 이야기들의 결말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보통의 소설들처럼 문제와 갈등이 극적으로 해결되면서 행복한결말을 맺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갈등은사그라들고 아픔은무뎌져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각 소설 인물들은 그들의상처를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둔 채로살아간다.
사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문제와 갈등은 소설처럼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저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지고 희미해질 뿐 내면 깊은 곳에는 상처와 흉터는 여전히 남아 있다.그렇기에 소설 속 결말들이 현실적이라고 느꼈다. 결말이 없이 흘러가듯 마무리되는 이야기들이 멀지 않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시간이 상처를 무디게 해 준다는 사람들의 말은 많은 경우 옳았다. 하지만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상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p.202
#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가족으로서, 연인으로서, 친구로서 서로를 사랑하지만 각자의 아픔으로 온전히 함께 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하나가 되고 싶지만 일정한 거리 이상으로는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와 나는 다르기에 서로의 상처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가까워질 뿐 하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공통으로 느낀 감정이었다. 우리는 사랑할 때 서로가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일 뿐, 온전한 공감과 이해는 도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온전히 하나가 되어 사랑한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다. 기준점이 너무 높은 이상은 현실을 망칠 뿐이다. 사랑하지만 서로가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끊임없이 배려하는 자세로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