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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Jan 08. 2020

내 고민은 '고작'이 되었다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까

"난 더 힘들었어! 겨우 그거 가지고 그래."

교회 리더형의 단호한 말투와 독기 어린 눈빛에 난 아무 말 못 했다



#위로 아닌 위로


   20대 초반, 가정 문제로 무척 힘들었다. 이 시기에, 인생에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눈치챈 교회 리더형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형은 무슨 일이 있느냐며 나한테 물었고, 평소 친한 사이였기에 내 고민을 이야기했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듣고 리더 형은 나한테 몇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물론 네 상황이 많이 힘든 거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힘들다고 할 거야. 형은 더 힘들었어.

    진짜 그냥 죽고 싶은 마음에 면도칼까지 들을 정도였어."

        "아... 그렇구나..."

        "근데 진짜 힘든 거 이 악물면서 버텼어. 나중에 보면 그거 진짜 별거 아니야. 고작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분명 나는 네가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



  나는 그날 위로를 해주겠다는 형한테 혼이 나서 돌아왔다. 마치 교무실에 불려 가 있다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그건 위로가 아닌 모멸이었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일상이 무너질 정도였는데, 그 형에게 내 고민은 '고작'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이 더 자랑스럽다는 듯이 뽐내는 형 앞에서,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은 짓밟혔고 나는 '고작'에 인생까지 흔들리는 나약한 놈이 되었다. 그게 그날의 결론이었다.



# 비교가 아닌 공감


   그 후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숨이 막힌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아니, 정말 숨이 막혔다. 더구나 이때는 가정 문제 말고도, 문제란 문제는 다 한꺼번에 밀려왔다. 왜 꼭 이런 시기가 있지 않은가... 하나도 벅찬데 다른 문제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 그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표정에서 다 드러났다. 감추려 해도 도저히 감춰지지 않았다.


    하루는 예배를 드리고 집에 오는 길에 교회 누나를 만났다. 간단한 안부 정도 묻는 사이일 뿐 친하진 않았다. 그런 누나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 일 없다고 했을 텐데, 그날은 주체하지 못하고 내 고민을 쏟아냈다. 이야기의 심각성을 들은 누나는 카페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그렇게  자리를 옮겨서 몇 시간 동안 누나한테 모든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담아두기 벅찼던 이야기를 다 끝내자, 누나는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차 있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다. 정작 힘들다고 이야기는 내가 했는데, 왜 눈물을 보이는 사람은 누나인지 너무 의아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닌데도 누나는 본인의 가정사도 이야기를 해줬다.(내 문제 못지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문제라서 자기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누나는 그렇게 나를 이해해주었고, 내 문제를 공감해주었다. 결코 누가 더 심했는지 비교하지 않았다.


   아직도 그날의 장면과 충격은 생생하다. 누군가 내 고민을 듣고 눈물까지 보인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내 삶의 자세와 교훈이 되었다. 절대 비교하지 말고, 진심으로 공감해주자고.


그리고 그 날 저녁,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내가 너를 이해한다


   사람들과 고민을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내가 더 심했어, 그건 별것도 아냐.'라는 식의 이야기를 꽤 많이 듣는다. 나는 이런 대답을 들을 때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면, 분명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지 잘 이해되지 않을까? 이해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해주고, 오히려 자신이 더 힘들었다고 자랑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더 큰 고민 앞에서,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누군가 힘들다고 말할 때, 진심으로 듣고 공감해줘야 한다. '나도 비슷한 문제를 겪어 봤는데, 정말 힘들더라. 그래서 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돼.' 이런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러니 힘들수록 서로가 이해해줘야 한다. 겪어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헤아려볼 수 있고, 비슷한 상황을 겪어 봤다면 더 큰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해할 수 있는 마음



   누나가 보내준 사진이다. 읽었던 책 중에서 너무 와 닿는 삽화라 찍어서 보낸다는 내용과 함께 언제든지 힘이 든다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렇게 누나는 자신도 겪어봐서 너무나도 이해된다고 나를 위로해줬다.


   우리가 겪은 고난과 슬픔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된다. 그러니 누가 힘들다고 하면 먼저 이야기 해주자. 나도 공감한다고.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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