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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Feb 28. 2021

맛집과 PR의 유사성에 대해

여기가 PR 맛집인가요? #존맛탱

*인스타 마케팅하는 맛집
-건너편 식당이 매스컴 타고 줄 서면, 나도 인스타 마케팅해야 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같은 업계의 사람이 자기 PR을 하는 것을 보면 비슷한 마음이 든다. 요즘은 클럽하우스에서 열심히 팔로워를 모으는 IT인들을 보면, 포모(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걸리기 십상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게 뜨기 시작한 시점부터, 포트폴리오, 컨셉, 커뮤니티 등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나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인플루언스를 적극 활용해 수익화, 사업화, 자산화하기도 한다.

*인스타 마케팅 안 하면 바보?
요식업계에 인스타 마케팅이 대세가 되면서, 모든 식당이 인스타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기민한 식당 주인들은 손님들이 인스타 게시글을 올리면 음료수나 서비스를 준다. 유명한 맛집이 되기 위한 경쟁에 불이 붙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받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 사이에선 클럽하우스, 페이스북, 유튜브, 브런치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팔로우를 모으는 인플루언서가 뜨고, 유명세에 대한 러시가 이어진다. 직장인들은 너도나도 유튜브할거야무새가 되고, 취준생들은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를 어필한다.

*맛집 이래서 가봤더니...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맛집이라는 해시태그를 믿고 갔다가 실망을 하게 되는 경우들도 자주 생긴다. 이런 부정적 미식 경험은 인스타 맛집에 대한 안 좋은 선례를 남긴다.

비슷하게 화려한 이력과 포트폴리오에 혹했다가 면접 때 실망을 하기도 하고, 업계에선 페이스북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이 생기기도 한다.

나도 PR을 많이 하던 대표님들에 대해 실망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내실이 아닌 겉으로 보이는 것에 연연하는 대표와 일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괴롭다. 이런 경험들은 자기 PR 하는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과 선입견으로 이어진다.

* 맛집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다 보면, 간판이 허름하고, 메뉴가 하나뿐인 그런 곳들이 있다. 이런 곳들을 보면 찐 중의 찐, 미식가들의 맛집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사람에 있어서도 자기 PR은 하나도 하지 않는 업계의 무림 고수, 재야 세력에 대한 환상이 있다. 낭중지추. 이런 사람들은 굳이 어필하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해진다.

*인스타 맛집을 대하는 자세 
마케팅을 정말 잘하는 그런 맛집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나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플루언스를 잘 레버리지 한다는 점에서 존경스러우면서도, 빈 수레가 요란한 게 아닌가 싶은 깎아내리려는 마음이 든다. 이 마음이 욕구불만에서 오는 질투심인지, 내실 없는 PR로 PR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짜증 남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리고 이 헷갈림이 결국 자기 PR로 비칠 수 있는 행동을 함에 있어서 주저하게 한다.

이중적인 마음은 칼날과 같아서, 잘 사용하면 방향성을 잡아주고, 동기부여 장치가 되지만, 잘못 사용하면 사람을 갉아먹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개썅마이웨이
자영업자 대상 영업을 할 때, 가끔씩은 손님이 더 많이 오는 것에 관심 없다는 식당들이 있었다. 누가 뭐라 하든 남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일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을 경계하고 다스리다 보면 갑자기 손님이 많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 뭐, 꼭 많아져야 하는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더 미치고 싶어 하는 it/창업 쪽 사람들에게 남의 시선을 완전히 의식하지 말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사람들과 살아가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단골 장사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다면, 그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방법이 있겠다. 넓고 얕은 관계보다 깊고 좁은 관계에, 불특정 다수보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기쁨에 집중할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가?라고 물었을 때, 나 역시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기쁨이 가장 크다. 이런 사람들이 나에겐 단골손님이다. 내가 만든 것을 맛있게 먹어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최고로 기분 좋은 일이다.

*hater 되지 않기
인스타 맛집을 생각해볼 때, 마케팅빨이 심하든, 맛있다고 착시를 주는 것이든, 누군가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사악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닌 한, 세상에 한 스푼이라도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인사이트이든, 모임이든, 누군가에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균형 잡힘
가장 좋은 것은 나의 내실을 채우는 것과 자기 PR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허름한 맛집이 되기 위해서 자기 PR을 거부하는 것도 옹졸하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 자기 객관화를 습관화하고, PR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않게 똑똑하고 직언을 해줄 수 있는 친구를 옆에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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