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나는 왜 항상 무언가를 틀어놓는가

심포지엄 100분 토론

by 엔트로피



오프닝 – 사회자

“조용한 순간이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면,
그걸 참지 못하고 뭔가를 계속 틀어두는 우리는,
과연 뭘 피하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이어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우리의 존재불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연진

심리학자 권우현 – 정서회피 전문가

데이터분석가 서동일 – 뇌패턴 집착자

요리사 마르코 – 감각충돌형 즉흥주의자

환경학자 한정화 – 소리도 윤리로 해석하는 타입

철학자 문서연 – 침묵을 사유하는 느린 유령






1막: 입장 발표

심리학자 권우현:
“조용함이 괴로운 건, 그 틈 사이로 감정이 들이닥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음악이나 영상으로 불안의 진입을 차단하는 거예요.”

데이터분석가 서동일:
“백색소음은 작업 효율을 높이고, 감각 처리 과잉을 분산시킵니다.
과학적으로는 꽤 괜찮은 전략이긴 하죠. 단, 조절이 가능하다면.”

요리사 마르코:
“그냥 조용하면 뭔가 불편해요.
뭐라도 켜져 있어야 삶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무것도 없으면, 나는 멈춘 사람 같아서 싫어요.”

환경학자 한정화:
“그 ‘조용한 게 어색하다’는 감각,
그건 사회가 우리를 항상 자극 속에 살게 만든 결과입니다.
무의미한 콘텐츠 재생은 내면 탄소배출이에요.”

철학자 문서연:
“침묵은 고요한 게 아닙니다. 침묵은 자기와 마주하는 진공이에요.
틀어놓는 행위는 그 진공을 메우는 자아의 파편이에요.
우리는 무음 속에 갇힌 나를… 너무 두려워해요.”




2막: 의견 충돌 – 불편한 진실에 발끝이 닿을 때

요리사 마르코:
“뭐 어때요? 켜놔야 외롭지 않잖아요. 틀고 나면 좀 살만해지잖아요?”

데이터분석가 서동일:
“그건 사용량이 조절될 때 이야기입니다.
계속 틀어야만 안심되는 상태라면, 그건 중독의 신호예요.”

심리학자 권우현:
“중독이라기보단, 자가진정이에요.
이건 자기 위로의 기술이에요. 틀어놔야 스스로가 안 무너지니까.”

환경학자 한정화:
“그 위로가 결국 또 다른 소비로 연결된다는 걸 아셔야죠.
감정도 자본주의에 먹히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마세요.”

철학자 문서연:
“…우리는 소음을 켠 게 아니라, 자기 방어를 켠 걸지도 모르죠.
그리고 그건 틀 수는 있어도, 꺼지진 않아요.”




3막: 주먹다짐 격돌 – 내 말이 아니라, 내 상처가 때리는 중

심리학자 권우현 (목소리 떨리며):
“소리 없이는 버틸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나한테 필요한 건, 이유 없는 목소리였다고요…”

데이터분석가 서동일 (책상 손바닥으로 탕!):
“그럼 그걸 인식해야죠!!
문제는 ‘왜’ 계속 트는지 모르는 거예요!! 지속된 입력은 정체성 침식입니다!”

요리사 마르코 (손에 들고 있던 텀블러 던지며):
“그럼 조용하면 뭐가 바뀌는데요?!
벽이 날 위로해줘요?! 나는 나한테 무슨 말도 못하겠다고요!!”

환경학자 한정화 (정색하며 자료 뭉치 내려침):
“감정이 뭐든 간에,
재생하는 만큼 우리는 버리고 있다는 사실도 봐야죠.
소리도 자원입니다.”

철학자 문서연 (속삭이듯, 무표정으로):
“틀어놓은 그 소리 속엔…
사실 나 자신은 없었어요.”




4막: 어설픈 진정 시도 – 잔해 속에서 남는 건, 피곤한 마음뿐

요리사 마르코:
“…솔직히, 나도 뭘 들었는지 기억 안 날 때 많아요.
그냥… 듣고 있어야 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심리학자 권우현:
“저도 그래요. 듣고 있으면,
내가 나한테 덜 혼나는 느낌이 들거든요.”

데이터분석가 서동일:
“…기술이 잘못된 건 아니에요.
문제는 사용자가 자기 목적을 잊었을 때 발생합니다.”

환경학자 한정화:
“음소거 버튼, 가끔 눌러보세요.
조용한 세상도… 나쁘진 않아요.”

철학자 문서연:
“…침묵은,
자기 자신에게만 들리는 대화일지도 몰라요.”




“나는 조용한 게 불편했던 게 아니었다.
나는, 조용해지면 드러나는 나 자신이… 너무 어색했던 거다.”






저는 무언가 계속 들으면서 요리하는걸 좋아합니당

이건 제가 만든 파스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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