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nudge 이넛지 Jun 27. 2022

탈중앙과 선행 매매

중개자가 없는 시장 경제

6월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서는 DeFi 시장조작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블록체인의 단점인 채굴 가능 가치, MEV(Miner Extractable Value)를 설명하고, 이러한 형태의 시장조작을 해결하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담고 있다.


MEV가 뭐야?

일단 생소한 개념인 채굴 가능 가치, Miner Extractable Value는 2019년 Philip Daian 외 7명이 작성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더리움 및 이를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를 확인하고 원장을 업데이트 하기 위해 채굴자(Miner)가 필요하다. 그런데 채굴자는 원장에 추가할 거래와 순서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행 거래 및 샌드위치 거래와 같은 전통적인 자본시장에서는 불법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이익을 채굴 가능 가치, MEV라 한다.


주문내역이 시간순서가 아니라고?

일반적으로 우리는 주문내역을 시간 순서로 처리한다고 생각하지만, Defi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 Chainlink에 그림이 잘 그려져있다.


검증자의 업무처리 흐름도(출처: Chainlink)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모든 거래가 유효하고 새로운 거래 블록이 지속적으로 생성되도록 보장하지만, 실제로 거래가 블록체인에 제출된 정확한 방식으로 주문된다는 보장은 없다. 각 블록은 제한된 수의 트랜잭션만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 블록 생산자는 메모리 풀에서 보류 중인 트랜잭션(아직 확인되지 않은 트랜잭션은 오프체인에 저장되어있음)을 블록에 포함할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다. 블록 생산자는 일반적으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장 높은 수수료를 기준으로 처리하고, 이로서 추가 이익인 MEV를 얻게 된다.



MEV 추적 사이트까지

유튜브에 MEV를 찾아보면 이러한 차익거래로 돈을 벌자는 영상이 상당히 많다. 규제가 없기 때문에 불법처럼 보이는 이러한 행위는 사실 디파이에서 엄연히 벌어지고 있다. 물론 MEV를 추적하는 사이트에서는 이러한 거래량이나 거래내역까지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눈뜨고 코베인다는 표현을 써도 될까. 블록체인이 투명하긴 한데, 이러한 투명함은 누구를 위한 투명함인지 모르겠다.


누적 MEV 이익(출처: https://explore.flashbots.net)

2021년부터 MEV 개념은 널리 알려졌으며, 시장의 유동성이 풀리며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이 되면서 더욱 MEV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급증했다.  


차익거래와 샌드위치 거래

BIS 보고서에도 MEV이익은 물론 그 유형 중에서도 차익거래와 샌드위치 거래가 상당히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차익거래가 대부분이며 샌드위치 거래도 상당하다.

누적 MEV 이익 및 유형에 따른 MEV(출처: BIS 보고서)


일반적으로 차익거래는 둘 이상의 탈중앙화 거래소 (DEX)에서 암호화폐 자산 가격이 다를 때 생성된다.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매하고 더 높은 가격을 제공하는 거래소에서 판매하여 두 거래소 가격을 균형으로 되돌리며 이익을 얻는 행위다. 또한 DEX와 중앙 집중식 거래소 간에 차익거래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차익거래 봇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거래를 먼저 처리하기 위해 채굴자에게 기꺼이 지불할 거래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는 점이다. 차익거래에 의해 네트워크의 모든 사람에 대한 거래 수수료가 높아지고, 점점 더 많은 거래 수수료 수익에만 집중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또한 대규모 거래가 발견되면 선행 봇이 사용자의 거래를 복사해서 더 높은 거래 수수료를 지불하고 거래를 먼저 처리하는 선행 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샌드위치 공격이다. 자산의 시장 가격을 이동시켜서 사용자 거래에 더 많은 슬리피지(거래의 예상가격과 실제 가격간의 차이)를 발생시키고, 선행 매매를 통해 채굴자가 이익을 얻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보이지않는 수수료

탈중앙화가 중개자 없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것만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국 누군가는 중개자 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챙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익명성은 책임보다는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는 동기를 만들어내며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기도 한다.


탈중앙화에서 중앙 집중식 기구의 역할을 대신하는 누군가의 인센티브 체계를 온전히 개인의 윤리의식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BIS가 말하는 대로 전통 증권에서 들이댔던 규제를 똑같이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계속 두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 


익명성 뒤에 숨은 인간의 욕심은 그 누구도 통제할 수는 없다. 어쩌면 탈중앙화는 인간을 시험해보는 테스트베드일지 모른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진화할 지라도, 인간의 탐욕은 그 속도를 넘어서 무책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신뢰를 쌓는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신중함, 신뢰, 무사안일주의 , 희열 그리고 절망은 금융의 세 가지 거짓말이 가진 힘을 반영한다. 그 세 가지 거짓말은 "이번에는 다를 거야"와 "시장은 언제나 옳아"와 "시장은 도덕적이야"이다. 이들 거짓말이 가진 유혹의 힘을 깨부수려면, 우리가 금융이 사회의 주인이 아니라 사회의 종임을 분명히 깨닫고 이 역할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내재적인 가치관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 마크 카니, <초가치>



이전 16화 Web3, 버블인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