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이를 형제로 둔 비장애아이를 함께 키우는 일
둘 다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은데...
“엄마, 오늘 진짜 하준이도 만나고 준오도 만나? 토요일인데도?”
“그럼~”
“정말 신나! 정말 신난다. 어서 가자.”
아침잠 많은 첫째가 유난히도 가뿐히 일어나는 날이었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첫째에게 ‘친구들과의 사적인 약속’이 생긴 날이었다. 첫째가 유치원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친구의 엄마로부터 주말에 남자아이들 몇 명이서 키즈 카페에 가는데 우리 아이도 함께 가자는 연락을 받았다. 엄마가 친구 엄마들과 친분이 없어서 주말은 항상 가족과 함께였던 첫째는, 처음으로 자신의 주말 약속이 생겨서 무척이나 신났었다.
약속 당일 아침에 문득, 첫째의 표정에 곤란함이 스치는 듯싶더니 아이는 내게 물었다.
“엄마, 그런데 똘이도 같이 가?”
“응, 그래야지. 똘이도 키즈카페 좋아하잖아. 아빠가 똘이랑 OO(막내)를 혼자 보려면 너무 힘들고...”
“그렇긴 하지만...”
“똘이가 요즘은 약도 잘 먹고 말썽도 안 부려서 친구를 밀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으니 걱정 마. 똘이가 혹시라도 말썽을 피우면 엄마가 따로 데리고 놀게.”
“똘이가 말썽 부리면 꼭 엄마가 봐야 돼.”
“그래 걱정 마.”
첫째는 나에게 두어 번이나 더 다짐을 받고 나서야 다시 행복한 얼굴이 되었다.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큰 규모의 모임이었다. 모임을 주최한 아이의 엄마가 키즈카페의 룸을 대관했고 6~7팀 정도의 팀이 모였다. 주로 엄마와 둘이 오거나 동생을 데리고 엄마와 셋이 온 구성이었다.
전부다 처음 보는 엄마들이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도 반가운지 재잘재잘되며 순식간에 룸에서 흩어졌다.
“안녕하세요. OO이 엄마예요.”
인사를 나누고 음료를 시켰다. 똘이가 태어나던 해부터 밤잠 패턴이 흐트러져 커피를 끊었던 나는 캐모마일 티를 주문했다. 그리고는 엄마들의 근황토크를 경청했다. 주로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 영어교육 이야기,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걱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대화에 참여는 하고 있었지만 한쪽 신경은 똘이를 향해 곤두세우고 있었다.
대관된 룸이 키즈카페의 메인 놀이장소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5분 단위로 왔다 갔다 하며 똘이가 잘 있는지 살폈다. 똘이는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가끔 형아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다. 크게 문제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똘이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니 별일 없겠구나.’ 싶었다.
한 시간 즈음되었을까, 아이들이 하나둘씩 “배고파요!”하면서 룸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키즈카페에서 파는 식사를 시키게 되었다.
키즈카페 음식은 어딜 가든 늘 거기서 거기라, 가장 실패확률이 적은 돈가스를 시켰다.
점심식사가 나오고 엄마들이 하나 둘 자신의 아이 이름을 부르자 배고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저마다 엄마 앞으로 가서 앉았다. 나도 똘이와 첫째를 불렀다. 배가 고파 냉큼 달려오는 똘이와 달리 첫째의 발걸음은 뭉기적 거렸다. 첫째의 표정이 그리 밝지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었다.
돈가스 1인분을 잘게 썰어 똘이와 첫째의 접시에 각각 나누어 주었다. 숟가락질이 서툰 똘이는 배가 고픈지 손으로 돈가스와 밥을 허겁지겁 집어먹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말했다.
“OO이 동생은 왜 손으로 먹어요?”
“응, 아직 어려서 숟가락질이 조금 어려워서 그래.”
"몇 살인데요?"
"6살."
“내 동생은 5살인데도 숟가락으로 먹는데요?”
"□□아,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옆에서 그 아이의 엄마가 아들내미에게 핀잔을 주고 나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나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옆에서 다른 아이들이 한마디씩 보태왔다.
“그런데 트램펄린에서 뛰어다니면서 이상한 소리도 냈어요. 까마귀 소리 같은 거요.”
"바닥에서 누워서 깔깔 웃으면서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어요."
“아까 기차 탈 땐 새치기도 했어요! 줄 서라고 말했는데 못 들은 척했어요.”
갑자기 똘이가 화제의 중심이 되어버렸다. 난 반사적으로 첫째의 표정부터 살폈다. 첫째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있었다. 아이들이 말하는 똘이의 '이상한 점'은, 자세히 들어보아도 아이를 장애아이로 규정지을 만한 특이한 문제행동은 없었다. (물론 새치기나, 바닥에 누운 건 잘못했다, 즉시 캐치하지 못한 내 불찰이다)
그럼에도 첫째는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아마도 놀이 중 친구들로부터 “네 동생은 왜 저래?”라는 식의 질문을 받았으리라. 똘이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첫째는, 친구들이 별 다른 악의 없이 하는 질문에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그런데, OO이 동생은 아까 놀 때도 자꾸 이상한 말을 했어요. 말 걸어도 대답도 안 하고 ‘1층 다음에 2층, 2층 다음에 3층, 3층 다음에 4층’이런 말만 했어요.”
똘이는 그 말은 또 귀에 들어왔는지 큰 소리로,
“엄마! 1층 다음엔 2층이고 2층 다음엔 3층이고 3층 다음엔 4층이야. 그럼 5층이고 그다음은 6층이야. 숫자는 끝이 없이 계속 계속 있어.”
라고 말했다. 그걸 들은 한 아이는
“이것 보세요! 아까도 저런 말을 계속했어요! 계속이요!”라고 말했다.
싸한 분위기를 눈치챈 엄마들은 조심스레 자신의 아이들을 입단속 시켰다.
나는 “둘째가 조금 느린 아이예요.”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너스레를 떨고 웃으며 늦된 애들이 있다며, 저마다 발달이 늦었지만 지금은 멀쩡하게 잘 큰 자신의 사촌, 육촌 내지는 이웃 얘기를 하며 나를 위로해 주려 했다. 그들의 노력과 배려가 고마웠지만, 사실 난 이런 일에 매우 익숙해서 그런 위로가 꼭 필요하진 않았다.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첫째였다. 첫째는 돈가스를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첫째는 나에게만 들릴 만한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똘이는 나이는 6살인데 마음이 아직 아기라서 그래요.”
그전까지 다른 아이들이 똘이에 대해 어떤 말을 해도 괜찮았던 나는, 첫째의 입에서 나온 저 말에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변하는 걸 느꼈다.
그 말은, 똘이의 문제행동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첫째에게 내가 매일같이 하던 말이기 때문이었다.
“응, 뭐라고?”
어떤 아이 엄마가 되묻자 첫째는
“내 동생은 나이는 6살인데 마음이 아직 아기라서 그렇다고요!” 하고 외쳤다.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엄마, 나 집에 갈래.”
첫째는 눈이 빨개져서는 내게 말했다.
“OO아, 정말 이대로 집에 가도 괜찮겠어? 아니면 엄마랑 똘이가 먼저 집에 가고, OO 이는 친구들이랑 더 놀다가 나중에 아빠가 데리러 오라고 할까?”
“아니, 그냥 나도 갈래.”
“그래, 그러자.”
첫째가 그렇게도 고대하던 첫 번째 사교모임은 슬프고 갑작스럽게 종료되었다.
양손에 똘이와 첫째를 하나씩 끼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고개를 떨군 첫째를 보는데,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려 했다.
나는 무슨 마음에선지, 아이가 속상해하는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굳이 물었다.
“OO아, 왜 먼저 집에 가자고 했어? 똘이가 친구들을 많이 불편하게 했어?”
“아니. 똘이는 혼자 놀았어.”
“그럼 친구들이 똘이에게 뭐라고 해서 속상해서 그래?”
“아니.”
“그럼 왜?”
“잘 모르겠어.”
“OO이 마음을 엄마가 조금은 알 것 같아. 엄마도 그런 마음을 자주 느끼거든.
그냥... 좀 억울한 거 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답답하고 그런 마음인거지? 엄마도 아는 기분이거든. 살다 보면 그런 기분을 느끼는 날도 있어.”
첫째가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 안타깝고 슬펐다. 앞으로 그런 감정을 느낄 일이 더 많아질 거라는 걸 알기에 더 슬펐다.
첫째는 한참을 말이 없이 걷다가
“엄마, 이젠 친구들 만날 땐 똘이랑 같이 안 가면 안 돼?”라고 말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래, 앞으론 네 친구들 만날 땐 엄마랑 너랑 둘이 가자.’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다른 친구들도 다 동생을 데리고 오는데 우리도 데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 똘이를 혼자 두면 똘이도 속상해할 텐데.’라고 말하는 게 좋을까.
아무래도 전자가 낫겠다 싶었다. 첫째도 7살 어린아이니까. 아직은 상처 없이, 구김살 없이 키우고 싶으니까.
똘이로 인해 친구들 앞에서 첫째가 느껴야 했던 감정이 무엇인지 안다. 언제까지나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첫째도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직은 보류해주고 싶었다.
무릎을 굽혀 쪼그리고 앉아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는데...
첫째의 눈물 그렁그렁한 눈동자와 똘이의 순진무구하고 말간 눈을 동시에 마주하는 순간, 흔들었다 터트린 콜라처럼 내 눈에서 눈물이 뿜어져 나왔다.
“OO아, 똘이는... 우리 가족이 아니면 친구가 하나도 없어... 너까지 똘이와 함께 놀기 싫다고 말하면... 똘이는 아무도 같이 놀 사람이 없어... 똘이에겐... 똘이에겐 우리 밖에 없어...”
‘그러자’라고 말해주려 했는데, 앞으로 네 친구를 만날 땐 너만 데려가겠노라고 말해주려 했는데... 이상하게 내 입에선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어린아이에게 무얼 바라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첫째의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하는데, 앞으로는 우리 둘이 가자고 안심시켜 주고 싶은데... 나는 괜스레 내 설움에 북받쳐 아이 앞에서 울고 말았다.
“엄마, 왜 울어? 내가 똘이 데려가지 말자고 해서 울어?”
‘아니, 아니.... 네 표정이 너무 나 같아서 울어. 네 마음이 뭔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그래서 울어.’
“엄마, 울지 마. 엄마 화났어?”
“미안해, OO아...”
“엄마, 울지 마. 나 때문에 우는 거야?”
“아니야. 그냥 엄마가 슬픈 일이 생각나서 그래.”
나는 첫째와 똘이를 안고 눈물이 그칠 때까지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첫째는 잘못도 없는데 자꾸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게 아니라고, 너는 잘못이 없다고 계속 말해주었다.
그때 똘이가
“엄마, 안 가고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돼요! 안 움직이면 뒤에 있는 친구가 움직일 수 없어요! 그럼 친구들이 불편해요! 엄마! 빨리 비키세요. 안 비키면 경찰차가 출동해요!”
라고, 어린이집에서 자신이 주로 들었을 법한 말을 해댔다.
그게 뭐라고, 똘이가 나름대로 상황에 적절한 말을 한 것 같아 기특했다. 그래서 웃음이 났다.
첫째는 내가 눈물을 흘리면서 입으론 킥킥거리자
“엄마 이젠 좋은 일이 생각났어?”라고 말했다.
“응 엄마 이제 조금 좋은 생각이 났어. 돈가스 거의 안 먹었지? 집에 가는 길에 칼국수 사 먹고 가자. 그리고 OO이가 친구들 만날 때 엄마랑 둘이서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그래 좋아.”
“나도 좋아!”
형아가 좋다고 말하자 똘이도 따라 말했다.
우리는 다시 사이좋은 가족이 되어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칼국수 곱빼기 하나를 시켜, 셋이 나눠먹고 집으로 왔다.
첫째는 아이답게 조금 전 속상했던 일은 금방 잊어버렸지만, 나는 그날이 끝나기 전에 첫째와 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날 밤, 첫째와 똘이를 양 옆에 끼고 잠자리에 누워서 첫째의 손을 잡고 말했다.
“OO아, 오늘 속상했을 텐데 친구들 앞에서 똘이에 대해 설명해 줘서 고마워.
똘이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아이야. OO 이는 연습을 따로 안 해도 저절로 친구도 잘 사귀고 친구들과 놀이하는 방법도 알지만, 똘이는 그런 것들을 연습을 해서 배워야 해. 똘이도 연습을 아주 많이 하면 언젠가 잘할 수 있어. 그런데 연습을 하려면 도와줄 친구가 꼭 필요한데... 똘이는 지금 친구가 없잖아. 그래서 가족들의 도움이 꼭 필요해. 엄마아빠랑 형아랑 동생이랑 같이 놀이하는 것도 연습하고, 양보하는 것도 연습하고, 아까처럼 형아 친구들이 말을 걸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도 연습하고... 그렇게 계속 연습을 해야 돼. 연습을 많이 하면 똘이도 언젠가 잘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도와줘야 해.”
“나도 알아.”
“맞아. OO이도 알지. 그렇지만 아까는 OO이도 친구들과 걱정 없이 놀고 싶었을 텐데 똘이가 신경이 쓰여서 맘껏 놀지를 못해서 속상했지?”
“똘이 때문에 못 논 건 아니야.”
“그렇구나... 친구들이 똘이를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
“잘 모르겠는데... 좀 그런 것 같아.”
“그렇구나. 충분히 그런 마음이 들 수 있어. 엄마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거든. 사실은 엄마도 똘이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는데.. 그걸 다른 사람이 말하면 속상해.”
“맞아.”
“다음번에 네 친구들이랑 따로 만나게 되면, 그땐 엄마랑 너랑 둘이 가자. 대신에 우리 가족끼리 놀러 갈 때는 무조건 똘이도 함께 해야 해. 그리고 OO이가 조금 더 용기가 생기고, 똘이도 더 연습을 많이 하고 나면, 똘이도 친구들 모임에 데려가주자.”
“알았어.”
"고마워, 우리 아들... 이제 자자."
“...엄마, 그런데 있잖아.”
“응.”
“나는 똘이가 미울 때도 있어.”
“당연하지. 그럴 수 있어. 그래도 OO이 마음속 깊은 곳에는 똘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잖아. 깊은 곳에 있는 마음이 중요한 거야. 살짝살짝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은 원래 자주 변하는 거니까 괜찮아.”
“응.”
“그리고 OO아, 있잖아. 다른 사람이 똘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우리 가족까지 똘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똘이가 너무 속상하잖아. 똘이도 연습하면 잘할 수 있는데. 그렇지?”
“응.”
“그러니까... 똘이 때문에 조금 힘든 점이 있어도 우리가 똘이를 도와주자. 지금은 OO이가 똘이를 도와주는 것이 조금 억울하고 속상할 수 있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이 OO이가 더 멋진 사람이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엄마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니.”
“어려운 말이니 당장 이해를 못 해도 괜찮아. 똘이가 미운 마음이 들면 숨기지 않고 엄마한테 말해도 돼. 그래도 똘이도 우리 가족이니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선 사랑해 주자. 그건 할 수 있겠지?”
“응, 알았어.”
두 아이는 어느새 쌕쌕 소리를 내며 내 옆구리에서 잠이 들었다.
잘 마무리된 걸까. 괜찮은 대처였던 걸까.
난 한참을 잠들지 못한 채 뒤척여야 했다.
첫째는 잊은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그날의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그날의 기억에 오래 붙들려있는 것 같았다. 그 기억은, 막내의 이유식을 만들다가 물 조절에 실패하여 밥솥이 폭발했을 때, 장을 보고 종량제 봉투에 상품을 담고 걸어오는 길에 종량제 봉투가 지익하고 찢어질 때, 똘이를 태우고 센터에 가는 길에 시간은 촉박한데 유난히 길이 막힐 때, 일상의 순간 아주 조그만 틈이 생길 때마다 침투해서는 기어코 내 마음을 흔들어 놓고 물러가곤 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인데 엄마부터가 이렇게 초연하지 못해서야 안 될 것 같았다.
장애아이를 키우는 것만큼이나 장애아이를 형제로 가진 비장애아이를 키우는 일도 쉽지 않은 일 일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 나의 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똘이뿐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하려면 그 안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를 좀 더 고민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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