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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딩 May 08. 2024

메디키넷(ADHD치료제) 단약 일지

아빌리파이도, 리스페리돈도, 메디키넷도 아니라면...



*경증 자폐스펙트럼과 adhd를 동반한 7세 아이입니다.

아빌리파이, 리스페리돈은 부작용으로 실패, 메디키넷은 8개월 복용 후 부작용으로 중단 상태입니다.



메디키넷 단약 2주 차 일지


- 단약 초반엔 산만함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불쑥불쑥 올라오는 감정을 어쩌지 못하고 당황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단약 후 장점


1) 어린이집


-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

- 또래와 상호작용 시도함

-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지가 높아짐

- 호기심 증가

- 활동을 마쳤을 때 성취감을 전보다 크게 느낌

- 밝고 명랑해짐

- 또래가 주변에 다가오면 (자신의 활동이 방해받을까 봐) 질겁하던 반응이 사라짐



2) 가정


- 식욕 증가

- 오후에 감정 컨트롤 잘 됨

- 예민함이 줄어 훨씬 정서적으로 편안해 보임

- 강박이 줄어듦

- 짜증이 확연하게 줄어듦

- 저녁 식사 시 짜증, 텐트럼 없어짐



3) 센터


- 활동 성공 시 성취감을 더 크게 느낌

- 상호작용의 의지가 높아짐

- 적극성 높아짐



단약 후 단점


1) 어린이집


- 충동성이 높아져 또래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잦아짐

- 주어진 과제를 약물 복용 전보다 쉽게 포기함(끈기 없어짐)

- 줄 서기 잘 안됨(새치기 시도 잦음)

- 흥미가 있는 활동과 흥미가 없는 활동에 대한 참여도가 극명하게 나뉨

- 정리정돈 잘 안됨



2) 가정


- 감정 기복이 커지고 울음이 많아짐

- 서러움과 억울함을 많이 느낌

- 충동성이 올라 사소한 말썽이 많아짐

(물 쏟기, 치약 짜고 도망가기, 동생 얼굴 꼬집기, 밥으로 장난치기 등)



3) 센터


- 센터 수업에서 집중력이 떨어짐

- 활동이 조금만 어려워도 의욕 상실함

- 글씨가 좀 더 기어 다님(집중력 및 소근육 조절 능력 떨어짐)



장단점이 극명하다.

아이의 정서가 편안해지고 불안과 강박이 줄어든 대신, 충동성이 올라왔다. 적극성이 올라간 대신 끈기가 줄었고 호기심이 많아지고 상호작용 시도가 늘어난 대신 또래와의 소소한 말썽도 늘었다. 짜증과 텐트럼이 줄어든 대신 울음과 떼가 늘었다.


그럼에도 나는 단약 상태의 아이가 더 좋았다. 아이가 아이다웠기 때문이다.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즐겁고 불안하지 않은 상태가 훨씬 건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약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단약 유지 여부는 내 의지가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의 피드백에 달려있음을 잊지 않고 있다.



한동안 단약상태의 똘이를 관찰하신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똘이가 약을 안 먹은 뒤로는 확실히 또래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이 잦고, 활동이 변경될 때마다 일일이 똘이의 이름을 부르며 지시를 해야 알아 들어요. 줄 서기를 하거나 이동을 할 때도 행동 컨트롤이 전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보다 훨씬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도 단약 상태의 똘이가 훨씬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똘이가 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높아지고, 또 어린이집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피드백에 대한 반응도 더 즉각적입니다. 단약 상태가 똘이가 어린이집에서 얻어갈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안심이 되고 보람이 느껴져요. 또래 친구들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은 제가 좀 더 신경 써서 케어하고 훈육을 통해 조율해 보겠습니다. 단약 상태를 유지하면서 똘이가 정서적으로 편안한 상태로 아이의 문제행동을 교정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도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어머님, 우리 같이 노력해 봐요.”


“네, 네!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사실 만 6세 미만의 아이가 약물에 적응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었어요. 그간 똘이도 저도 참 힘들었어요. 당분간이라도 약을 잠시 쉬면서 아이가 편안하게 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도 참 좋네요.


그리고 선생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 약을 끊는다고 해서 앞으로 계속 안 먹이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란 거예요. 선생님이 보시기에 다시 약복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시면 언제든 부담 없이 말씀해 주세요. 약을 끊는 것과 약을 복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미래의 똘이에게 더 좋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선생님께서 다시 약을 먹이자고 말씀하셔도, 그것이 똘이를 위한 조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거예요.”





이렇게 해서 똘이는 당분간 약물치료를 쉬어가게 되었다.


이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똘이가 약물치료를 쉬어갈 수 있게 된 건 담임선생님의 배려와 희생 덕분이다.

담임선생님은 '이 정도 선이라면, 교사가 컨트롤해볼 만하다.'라고 하셨다.

그 말은, '이 정도 선'을 넘는 충동성을 보인다면 다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임을 안다.



다행인 것은, 약물을 끊어도 6세 때의 문제행동 상태로 리셋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똘이가 조금은 성장했나 보다.


하지만 아이가 adhd를 가진 이상, 약물 없이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약물 없이 어린이집에서 큰 문제없이 지내다가, 초등 저학년 즈음 다시 시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임상적으로 아이가 자랄수록 부작용도 적어진다 했다. 1~2년 후에 약물을 다시 시도하게 되어도 어쩌면 지금과 같은 부작용은 없을지도 모른다.


열심히 알약 먹이는 연습을 해서, 똘이가 시도할 수 있는 약물치료의 범위를 넓혀 놓아야겠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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