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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딩 Jun 16. 202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도 칭찬을 받으면 행복해한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드디어 칭찬이 똘이도 춤추게 하는 날이 왔다.



엄마가 되기 전엔 몰랐다. 왜 학부모님들이 그렇게도 “우리 애 칭찬 많이 해주세요.”라고 하는지. 어련히 내가 알아서 잘해줄 텐데 왜 저렇게 까지 칭찬에 목매나 싶었다. 한편으론, ‘아니 칭찬은 칭찬받을 행동을 했을 때 하는 거지, 그렇게 무턱대고 칭찬만 해달라면 어째?’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어 보니 알겠다.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얼마나 마법 같은 힘이 있는지. 꼭 무엇을 잘해야만 칭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칭찬거리는 아이의 행동에 따라 생기는 게 아니라, 아이를 보는 시선에 따라 생기는 것이었다.




똘이는 어제 어린이집에서 칭찬을 받았다. 선생님의 칭찬과 함께 친구들의 박수도 받았다. 똘이는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었다고 했다.

똘이의 어린이집에서는 매일 ‘감정 나누기’ 시간을 갖는다. 하루에 한 가지 감정을 정해서 그 감정과 관련된 경험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다. 똘이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 부끄러운 마음, 억울한 마음, 슬픈 마음, 화나는 마음이 똘이에겐 모두 ‘속상해’이다. 그런 똘이에게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너무 어려운 미션이라 똘이는 지금껏 한 번도 발표를 하지 못했다. 자기 이야기도 못하고 친구들의 발표가 이해도 안 갈 텐데 그 시간을 힘들어하지는 않느냐고 선생님께 묻자 선생님은 “똘이는 참여를 안 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소속되어 있는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하셨다. “지루하면 꾸벅꾸벅 졸지만 늘 같이 앉아는 있어요.”라고.



그런데 어제는 하필이면, ‘속상한 마음’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똘이가 늘 입에 달고 사는 그 ‘속상해’ 말이다. 똘이의 차례가 오자 똘이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똘이는 넘어지면 속상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똘이의 첫 발표에 선생님은 아주 크게 칭찬해 주시고 친구들에게 함께 박수도 쳐주자고 하셨다고 한다. 선생님의 칭찬과 친구들의 박수를 받은 똘이는 너무 신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아갈 듯 기뻐했다고...


“어머니, 똘이가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에 저도 깜짝 놀랐어요.”라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 너무 기쁘고 또 감사해서 눈물이 나려 했다. 나는 연거푸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대단한 발표는 아니었지만, 아주 작은 시도였지만 선생님은 그렇게 똘이의 새로운 한걸음을 ‘칭찬’이라는 마법으로 한껏 북돋아 주셨다.




똘이가 칭찬받는 기쁨을 알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칭찬할 구석이 그리 많지는 않은 아이지만, 선생님께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칭찬을 부탁드린다고. 어떤 약보다도 선생님의 그 한마디가 똘이를 세상 밖으로, 사회 속으로 끌어내는 훌륭한 치료제라고 말씀드렸다.



똘이는 집에 와서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연거푸 “똘이는 넘어져서 속상해.”라는 말을 계속했다. 아마도 자기가 그렇게 발표를 했다는 걸 자랑하고 싶은 듯했다.



“우리 똘이가 감정 나누기 시간에 ‘넘어져서 속상하다’고 발표를 했구나. 정말 잘했어. 똘이가 발표를 하니 선생님도 기뻐하시고 엄마도 너무 행복해. 정말 대단하구나”

내가 이렇게 칭찬하자 똘이는 내 품에 안겨서 작은 목소리로 “맞아.”라고 말했다.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라는구나. 똘이에게도, 첫째와 셋째에게도,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날 학생들에게도 언제나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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