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수급과 장기근속에 있어 조직문화가 끼치는 영향에 대한 고찰
컬처핏을 gpt에게 정의를 요구하면 다음과 같이 답한다.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 방식이 조직의 문화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정도'
내가 생각한 '컬처핏'의 사용 목적은 채용 담당자가
입사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회사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용도 정도로 이해했다.
그래서 이 컬처핏이 잠시동안은 채용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어 트렌드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컬처핏에는 지원자가 가진 가치관도 물론 중요하게 고려되지만,
어찌 되었든 회사가 본인들의 조직 문화를 정의하고 거기에 맞출 수 있는 지원자를 찾는 것,
즉, 그들이 가진 조직문화 자체를 중요하게 판단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베이글'이라는 가상의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회사는 특허등록을 통해 독특한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빠르게 인조잔디를 생산하여 마케팅하는 회사이며,
제조업 역량도 중요하고, 특히나 영업 또한 절대적으로 중요한 회사이다.
그런데 이 베이글이라는 회사에서 컬처핏에 맞는 인재를 수급하기 위해
회사의 사내 문화(컬처핏)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고 추가로 가정해보자.
1. 조직의 핵심 가치 : 품질 중심,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2. 협업 방식 : 속도보다는 정확도, 정성적 평가 보다는 정량적 평가
3. 일하는 태도 : 자율적이지만 책임자가 명확한,
4. 조직 분위기 : 진중하고 조용한 분위기
창업자의 배경 탓인지, 초기에 합류한 직원들에 의해 형성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가상의 회사 '베이글'은 위와 같은 사내문화를 가지며 또한 지향하고 있다.
그럼 이제 정의한 컬처핏을 배경으로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고 관리하는 인사 측면에서 1) 새로 들어오는 인재의 수준에 따라, 2) 새로 들어온 직원의 적응도와 퇴사율에 따라 여러 가지 가정이 가능하다.
인재의 수준이 최악인지, 평범한지, 최선인지에 따라,
들어온 사원이 한 달도 못 버티는지, 적당이 일하다 이직하는지, 장기근속하는지에 따라
크게는 9가지로 케이스를 구분할 수 있으나 모든 케이스를 고려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케이스 몇 가지만 살펴보자.
a) 면접자 혹은 입사자의 수준이 떨어지고, 입사가 확정되어서도 금방 퇴사한다.
: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컬처핏이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중요할 수 있다.
즉, 새로운 인재 유입을 위해서는 문화를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b) 면접자 혹은 입사자의 수준이 원하는 인재상이며, 장기근속한다.
: 고민할 필요 없이 사내 문화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이제 조금 변수가 다른 또 다른 극단적인 케이스를 살펴보자.
c) 면접자 혹은 입사자의 수준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입사하는 줄줄이 퇴사를 한다.
: 이런 경우, 원하는 인재가 그래도 지원하고 입사를 고려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인재에게 제공하는 연봉, 복지가 좋거나 혹은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나 비즈니스 모델, 사업 비전, 언론 홍보 등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마케팅이 잘 된
또는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에 좋은 지표들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러나 입사함과 동시에 퇴사를 고려한다면 외부보다 내부에서 바라보는 환경이 훨씬 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내문화가 신규 직원이 적응하기에 어렵다는 뜻이다.
이 케이스에서도 인재상을 갈아치울 게 아니라 사내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d) 면접자 혹은 입사자의 수준이 원하는 매우 떨어지나, 장기근속 한다.
: 이런 경우 회사의 홍보가 덜되었거나, 혹은 지표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거나,
단순히 인사팀의 능력이 떨어져 채용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하는 등 다양한 가정이 가능하나,
그러나 일단 수준이 떨어지는 입사자들이 입사하여 장기근속한다는 점에서
회사의 장래가 밝지는 않아 보인다.
수준이 떨어지는 입사자들이 장기근속을 한다는 이야기는 일을 잘하거나 비전을 가진 인재는
나가떨어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기존의 사내문화를 유지한다면
결국은 일 못하는 직원만 남아 근근이 유지하는, 혹은 사장이 캐리하는 발전 없는 중소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
내가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채용에서 지원자와 인사 담당자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내문화가
정말로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도를 가지는 건가에 대한 의문이다.
원하는 인재 수급을 위해서는 사내문화보다는
복지, 연봉, 지표(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고용 규모 등), 회사 이미지 등
지원자가 생각헀을 때의 본인이 얻을 이득 혹은 외부 이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러나 원하는 인재가 입사하여 낮은 퇴사율 혹은 이직률을 유지하며 장기근속을 바라는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과연 사내문화일까?
질문을 고쳐, 신규직원 정착을 위해 사내문화에 맞는 인재만 채용하는 게 옳을까?
즉 인재가 가진 특성과 사내 문화를 'Fit'하는 게 정말 중요할까?
핏이 맞는 인재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면, 그리고 정말 문화에 잘 맞아 긴 근속년수를 유지한다면 이해한다.
그러나 회사 안에서도 부서마다, 신규 입사자를 지원하는 사수 혹은 팀장마다(즉 사람마다),
혹은 회사의 연혁에 따라 언제든 바뀌는 혹은 바뀌어야 할 것이 회사의 문화인데,
면접 당시에 핏이 맞았다고 언제든 잘 적응하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오히려 역으로 회사에서 핵심 인재 혹은 성과가 좋은 직원들이 적응하려고 치면 퇴사하려고 하는
회사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사내 문화를 바꿔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즉, 컬처핏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적응하고 장기근속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면
그것이 문화가 되었든, 연봉이 되었든 상관없이 뭐든 적용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컬처핏을 맞추기 위해 당사가 가진 조직문화를 잘 정의하여,
잘 적응할 것 같은 인재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할까 혹은
원하는 인재들이 잘 수급될 수 있도록, 또한 들어온 직원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그때그때 복지를 신경 쓰고 직원들을 케어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요할까?
그들이 가진 조직문화를 정의하는 건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채용 혹은 인사에 적용할 게 아니라
그들 문화가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야지
인재 수급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금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HR에 있어 컬처핏의 중요도는 높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가장 멍청해 보이는 건 '좋아 보이는' 조직 문화를 사유 없이 회사에 수용시키려는 시도이다.
예를 들어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 비대면 혹은 유연근무, 닉네임 호칭, 에자일 프로세스 등등
최근 스타트업에서 적용을 시도하는 것들을 본인의 산업과 사업의 성격을 구분하지 않고
그저 좋아 보이고 힙해보이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용시키려는 모습들이다.
조직 문화는 혹은 컬처 핏은 회사의 지표, 직원의 복지보다 우선할 수 없다.
회사가 잘 성장하고 직원들이 잘 적응한다면 그것이 곧 문화가 되고 시스템이 될 것이다.
직원들이 적응하지 못한다면 조직 문화를 고려할 것이 아니라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신입 교육에 문제는 없는지,
부사수-사수 관계에서 압박이나 무심한 태도는 없는지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어떻게 성장 곡선을 그리며 확장할 것인가를 고려하기에 앞서,
어떤 회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조직 문화를 가지고 싶은지 고민하는 글들을 볼 때가 있다.
사실 이번 주제는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스타트업 혹은 이제 막 시작하는 사업체가 고민하는 모든 '있어 보이는 것'들도 마찬가지 성격을 띤다.
브랜딩, UX, IR, 사무실 인테리어, 비전, 슬로건 등
모두 없어서는 안 되고, 고민도 깊게 해봐야 하지만 선후관계를 보자면 사업체 발전보다는
한참 후순위로 고민해야 할 주제들이다.
그러나 주제 자체가 너무나 눈에 보이고, 매력적이고, 할 말이 많은 주제들이라
가끔은 선후관계가 뒤바껴 매출의 성장보다도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 때가 종종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