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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아씨 어진아C Feb 18. 2023

퇴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조용한 퇴사 준비기 1

퇴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만 5년 10개월, 정규직으로 만 16년 5개월, 합해서 만 22년 3개월 동안 일해 온 일터를 그만두고 나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그만둬야지” 하는 순간은 많았으나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부터는 공무원인 남편의 급여로 두 아이를 키우고, 집을 마련하고(주택 대출은 아직도 남아있어, 연말정산에서 세제혜택을 받고 있습죠), 차 두대를 굴리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겨져 그동안 맞벌이 생활자로서 꾸역꾸역 살았습니다. 둘째를 임신해서 출산하는 13개월 동안은 잠시 쉬었는데요, 그때도 프리랜서로 짬짬이 일도 하고 자격과정을 수강하며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죠. 그런 제가 드디어 퇴사를 결정한 것입니다.   

   

작년 8월은 제가 유방암이 발병한 지 만 십 년이 된 해이기도 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번아웃이 찾아온 시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방을 드나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도 추스르고 이제까지처럼 버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10월에 큰언니의 진단(급성골수성백혈병)소식에 저는 다시 혼란스러웠어요.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큰언니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을 보고 저는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저질러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실 큰언니는 큰 형부를 교통사고로 황망하게 잃고 대학생이던 두 아들을 뒷바라지하며, 친정 엄마까지 살뜰하게 챙기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냈던 7남매 중의 맏딸, K장녀였거든요. 큰언니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으로 여상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대학을 가지 못했기에 저는 동생으로서 늘 부채감을 갖고 있었어요.      


청소년들과 보호자들을 만나며 마음을 잇고 돌보고 싶었던 청소년상담사로서의 꿈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할 수 있었죠. 비정규직 5년 10개월의 기간 동안 간절히 바라던 정규직이 되어 일하는 것도 16년 5개월을 버티며(?) 해봤으니까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앞으로도 상담사일은 프리랜서로도 할 생각이에요. 요즘 시간제 자리가 여기저기 많더라고요.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하며 글쓰기 강좌를 찾아다니고, 소소하게 독립출판물을 가제본까지 만들어보는 경험도 했어요. 글쓰기 동지들과 자비로 공저책도 두 권 발간했죠. 그리고, 1인출판사에 제안서도 내고 책을 발간하기도 했어요. 글 쓰는 사람으로, 글로 소득을 내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어 앞으로도 꾸준히 써 나갈 생각이에요.     


최근 들어 자꾸 "나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어요. 바로 작은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제가 읽었는데 공유하고 싶은 책과 읽고 싶은 책으로 채워서 작은 책방을 만드는 것이에요. 바로 책방지기가 되는 것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을 수 있겠다는 설렘도 있지만 사실 공간을 만들고 책을 비치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슬프게도 저는 모아놓은 돈이 없어요. 암진단비 조금 받은 것은 지금 9년째 살고 있는 20년 된 낡은 나 홀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 써버렸죠. 그 돈으로도 온전히 잔금을 치를 수 없어서 은행 신세를 졌고 아직도 꼬박꼬박 대출이자를 상환하는 중이라 언감생심 책방지기로서의 꿈은 접어두었는데요, 큰언니의 병마소식에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어 졌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생각난 것이 바로 퇴직금! 비교적 짧지 않은 세월을 직장인으로 지냈으니 퇴직적립금이 얼마간은 모였겠죠. 

(조용한 퇴사 준비기는 계속됩니다)


#조용한 퇴사 준비기

#홀로서기

#반농반자(영업자) 준비기

#프리랜서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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