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진 Aug 29. 2023

고소한 글 레시피






글을 짜내는 일은 간단하다


깊숙한 절구 가득

잘 볶은 기억을 수북이 쏟아붓는다.

홍두깨로 기억을 조각조각 빻는다.

으깨고, 찧어서 기어코 알알이 부순다

작게 빻을수록 고소한 향이 퍼진다


절구에 퍼담을 것이 죄 아픈 것들 뿐이라

순도 높은 슬픔이 이리저리 묻어난다


그리고 순수한 환희의 순간들

환희가 크지 않아 쉽게 바스러진다


곱게 빻아진 거칠은 단어들을

하얀 면포에 담아 걸러 힘껏 낸다.



몇방울 짜여진 글을 숨 한가득 마셔본다

코를 지나쳐 목으로, 폐로, 손끝까지 찼을 무렵엔

고소함이 지나쳐 쌉싸래한 글이 완성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번-아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