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된다.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고 기분 좋은 강바람이 살랑이던 노들섬.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피크닉은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이었다. 피크닉을 위해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흰 옷을 맞춰 입고 온 우리의 마음도 깨끗하고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찾아왔으니, 바로 오디였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이 하필 오디나무 아래였던 것.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고, 나무에서는 검붉은 오디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얀 옷 위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 위로 오디 자국이 남았다. 하얀 바지를 입고 있던 친구는 떨어진 오디를 미처 보지 못하고 엉덩이로 깔고 앉아 바지에 커다란 오디 '멍'이 들기도 했다. 또 오디 하나가 끓여 온 라면에 풍덩 빠지기도 했고, 그 충격으로 국물이 튀어 오늘 처음 입은 나의 하얀 카디건에 얼룩이 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 누구도 짜증을 내거나 불평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이 오디 때문에 오늘이 더 특별하게 기억될 거야!" 친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나는 불편함마저 유쾌한 추억으로 바꾸는 이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물론 나는 오디 자국이 조금 신경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소중한 시간을 그 어떤 불편함으로도 깨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 나의 작은 신경 쓰임보다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누는 지금 이 순간의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작은 불편함보다는 함께하는 즐거움을 우선하는 마음, 우리는 언제나 그랬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주고, 때로는 기꺼이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
이번 피크닉에서도 그들의 다정함은 빛을 발했다. 피크닉 약속이 잡히자마자 서로 돗자리와 와인, 간식거리를 챙겨 오겠다며 나섰다. 나 또한 아침 일찍 일어나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각자 보냉백 가득 와인, 손수 깎은 과일, 칠링백, 얼음, 물, 과자까지 마치 보부상처럼 한가득 싸 온 친구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한강 피크닉의 꽃이라 불리는 치킨과 라면을 사러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가기 싫은 사람이 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가겠다고 나서는 모습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생각했다. 참 다정한 친구들이라고. 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만남의 공기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하다. 어쩜 이렇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시간을 서로 공유했다.
이 친구들과 함께할 때면, 우리는 서로의 가장 좋은 모습을 발견하고 이끌어내는 것 같다. 각자의 일상에서는 미처 몰랐던 긍정적인 면들이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서로에게 배우고 격려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좋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함께함으로써 서로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관계. 이처럼 함께 있을 때 서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관계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삶은 분명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오디가 떨어져 옷에 얼룩이 남았지만, 그날의 기억은 함께 웃었던 순간들로 인해 얼룩 하나 없이 맑고 따뜻하게 내 마음에 새겨졌다. 좋은 친구들과 함께라면, 오디섬이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