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고장 난 조용한 연휴
인터넷이 안 된다면 당신은 무얼 하겠어요?
연휴가 시작되자마자 와이파이 공유기가 고장 났다. 토요일까진 되었으니 일요일부터 수요일이 문제였다. 공유기와 연결된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 나는 무슨 자신감인지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여겼으며 단지 부모님이 심심해할 것을 걱정했다.
일요일은 음식 준비로, 월요일은 언니네 방문으로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가 화요일부터는 부모님을 위해 텔레비전과 노트북을 연결해 그간 동생이 저장해 둔 '불멸의 이순신'을 보여드렸다. 부모님은 다행히도 이순신 이야기를 재미나게 보았다. 드라마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난 어떤가.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다. 인터넷이 안 되면 책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나는 책을 읽었다.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하고 또 책을 읽었다. 인터넷이 되었다면 달랐을까. 넷플릭스를 봤겠지. 그러나 그뿐. 인터넷이 되었더라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그러나 못 하는 게 있었다. 음악 듣기.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없고 잠을 자기 전에도 들을 수 없다. 괜히 데이터 사용량이 걱정되어 듣지 못한다. 이것만은 아쉽다.
텔레비전도 안 되고 인터넷도 안 되니 해만 지면 책 읽다 잘 생각을 한다. 자는 게 얼마나 좋던가. 아까 낮잠으로 30분 잤는데 그 시간이 오후 3시 30분이다. 내가 일 가는 시간. 매번 그 시간에 졸리다. 그래서 잠을 참거나 자다가 일어나 무거운 눈꺼풀을 갖고 간 게 몇 번이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편안히 낮잠을 즐겼다.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이런 게 행복 아닐까. 구름 흘러가는 소리,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른함에 몸을 맡겼다.
저녁이 되면, 즉 해가 지면 차를 마신다. 저녁을 먹는 것이 평소에 하고 싶던 일이었는데 차까지 마시다니. 호사를 누린다. 할 일이 없는 나에게 차를 마시는 건 지루함을 덜어주는 재미난 일이다. 어머니께서 차를 선물로 주셔서 때마침 그걸 마시며 감사하다고 속으로 되뇐다.
오늘은 <행복의 지도>도 읽고 <빈틈의 온기>도 읽었다. 잠잘 땐 뭐 읽을까. 저녁 7시의 고민이다. 그리고 8시에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