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오른손이 이러하게 오른 다리가 절뚝거리게 살아야 한단다. 평생 조심해야 한다고. 엄마는 날 불쌍하게 바라본다. 산책을 할 때도 일부러 내 옆에서 천천히 걸으며 조그맣게 한숨을 쉰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생각한다. 오른쪽에 적응하는 그날을. 오른쪽에 힘이 생기는 그날을 생각한다. 사노 요코는 <죽는 게 뭐라고>에서 암에 걸리면 주변에서 불쌍하게 바라봐 친절히 대해 준다고, 그게 좋다고 썼다. 나는 당시에 암에 걸린 게 뭐가 좋은가 투덜댔는데 이제 보니 암이 가장 친절한 것이었다. 절뚝이는 오른쪽은 주인공으로도 나오지 않으면서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병이다.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친절함을 감춘다. 친절을 바란 적은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산책을 나오니 내 오른 다리가 쓸모없게 여겨지지만 햇볕과 바람이 있으니 좋다. 겨울 햇빛은 귀하다. 어쩌다 마주하는 것이라 더 그렇다. 해바라기를 하고 있으면 우주가 내 것인 듯해서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햇볕을 쬔다. 거기에 미약하게 부는 바람은, 겨울이라 웅크린 내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여기가 밖임을 알려준다. 더 머물고 싶게 만든다.
책을 읽어 어디에 쓰냐고 울부짖었지만 내가 힘들 때 곁에 있어 주는 건 책이다. 책을 읽으면 주인공이 그냥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걸 자꾸만 습득해 가서 나도 모르게 포기하지 않는 삶을 생각한다. 그러니 오른쪽을, 나를 포기하지 못한다. 또 한 가지의 득은 글쓰기 능력이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민망하지만 난 글을 좀 쓰지 않는가. 그게 다 책 덕분이다. 앉아서 책 읽는 데는 오른쪽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시력이 필요하고 끈기가 필요할 뿐이다. 이번 명절에도 6시간 걸려 책을 읽었다.
삶을 생각해 나갈 것이다. 잃어버려도 지속되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