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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an 07. 2021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이건 어떤 좋은 추억이 있냐는 물음이야

이렇게 많은 눈을 언제 보았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어제 처음으로 많은 눈을 보았고, 맞았다. 그리고 오늘은 눈 위를 걸으며 발이 시렸다.


겨울 신발이 없다. 작년 겨울이 따뜻했기에 장만하지 않은 탓이다. 난 손발이 차다. 그래서 손발을 보호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데 노력에 비해(생각하는 것뿐이지만) 효과는 전혀 없다. 그래서 발이 무척 시렸다. 그런데도 어려서부터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항상 겨울이라고 답을 했다.


스키를 좋아하느냐고? 눈을 좋아하느냐고? 다 아니다. 원래도 열이 많지 않은 몸에 손발은 한 번 차가워지면 따뜻해지는 법을 모른다. 한 번은 손이 계속 차가워 온몸까지 덜덜 떨렸다. 그래서 괴로움도 있지만 얻는 행복도 있다.


초등학생 때 수업을 마치고 춥다, 춥다를 연달아 되뇌며 집에 오면 엄마는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요리를 하다 말고 언니와 나에게 말했다.


"춥지? 아이고! 얼른 저기에 손 넣어!!"


말로만 한 게 아니다. 방으로 끌고 가서 뜨끈한 방바닥에 깔아 둔 이불 밑에 손을 넣어 주셨다. 거기에 손을 넣어야만 안심하고 웃으며 엄마는 다시 요리를 했다. 난 그 따뜻함이 좋았다.


이제 돌이켜 보니 그것은 엄마의 사랑을 받는 즐거움이었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은 모녀. 지금은 팔짱도 끼고 걷고, 서로 챙기느라 바쁘지만 엄마와 내가 이렇게 살가워진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려서 우리 딸이 최고다, 우리 딸 예쁘다, 딸 사랑해, 소리 한번 못 들었다. 그런데도 난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자랐다. 그 이유에 대해선 대학 졸업하고 알았다. 엄마는 행동으로 말보다도 더 깊은 사랑을 매일 보여줬고 난 그 열매를 달게 먹어 마음의 부족함 없이 잘 자랄 수 있었다는 걸.


그 따뜻한 기억에 난 여전히 겨울을 좋아한다. 그리고 오늘은 발이 시려 집에 오자마자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 깔린 발 베개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엄마가 매번 해 주던 것처럼.


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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