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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Feb 14. 2021

처방전:남이 부러워지고 내가 초라할 때 처방에 따르세요

조카가 어여쁜 이유는 이모가 나이 들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은 참 좋겠다,라고 종종 말했었다. 잘생긴 외모에 똑똑한 머리까지. 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러움 속을 파헤쳐 보면 그 사람의 노력이란 걸 별로 인정하지 않는 내가 자리하고 있다. 나와 같지 않은 사람들은 노력보다는 저절로 얻는 것이 더 많았을 것 같다는 착각이다. 그만큼 관계에 거리감이 있다는 뜻일 게다.



착각이라고 해도 자꾸만 부러워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어느 날도 있다. 그런 날,



나는 조카와 통화를 한다.



첫째 조카를 떠올리면, 나를 보고 환히 웃어주는 미소가 생각난다. 그리고 내가 왜 첫째 조카를 이토록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나타내는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힘든 시간을 보내던 날에 조카는 아직 말을 배워나가는 단계였다. 조카는 낮잠도 언니 품 안에 안겨 잠들었었는데, 그러던 날에 내가 조카를 안아 재웠다. 그리고 언니는 그 틈에 잠시 할 일을 하러 나갔고. 그렇게 안아 재우는데, 조카가 내 품에 쏙 들어왔다. 몸이 작아서 쏙 들어왔다기보다 나를 꼭 안아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나는 잠에 서서히 빠져 들어가는 조카의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고마워. 이모가 덕분에 위로가 많이 됐어. 고마워."



아무도 모르게 조카에게 건넨 말이었다. 조카가 아직 말을 정확히 따라 하지 못하는 때라서 건넨 말이었다. 지난날 나와 같이 울어주어 큰 위로가 되었다는 나의 진심을 전한 말이었다. 작은 존재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것. 나는 소리 내어 고맙다고 말했다. 조카는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그 뒤로 난 조카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조카도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를 누구보다 더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는 날이면 조카와 영상 통화를 반드시 한다.

나를 반겨주는 조카. 무조건 나를 보고 웃어주는 조카가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난 힘이 난다.



어느 날은 세상에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부모님과 동생이 날 너무 아껴주는 건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미움 속에 사는 것 같았고, 허전했다. 그럴 때 마음을 채우러 짐을 챙겨 언니에게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출발하기도 전부터 조카에게 기다리고 있다는 전화가 왔고, 역에 도착하자 조카가 제일 먼저 반겼다. 조카가 이제는 둘이다. 둘 다 나에게 힘을 가득 실어주었고, 그곳에는 무엇보다 다정한 언니가 있었다. 언니네서 하룻밤을 보내자 그제야 마음에 행복이 충전되었음을 알았다. 충전되었다는 걸 이런 때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나도 서울이 아니라 다른 갈 곳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다른 사람이 부러워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는 날.

그와 동시에 내가 참 별 볼 일 없이 느껴지는 날.

조카를 떠올린다.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생각한다.

그래서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을 가지고

현재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한다.

조카가 어여쁜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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