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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un 14. 2021

내가 된다

마스다 미리,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클림트 그림 중 <키스>가 제일 좋았다. 금빛으로 찬란한 것이 남자의 강렬한 사랑을 말하는 것 같았고 낭떠러지에 서 있는 여자를 붙잡는 것도 그래 보였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고백의 그림 같았다.



그림이 멋있다고 말하자 누구는 해외에 나가서 직접 그림을 봤다고 말했다. 나는 책에 실린 그림으로 보았다. 그런데도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 난 책에 실린 것을 보는 데에 충분했다. 충분히 아름답다고 느꼈고 충분히 오래 들여다봤다. 해외에 나가 본다면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친구가 병원에 갈 나를 걱정했다. 난 괜찮다고 했다. 아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남들은 건강한데 나는...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접고 치료에 매진하기로 말이다. 불안하지 않다.



이렇게 나대로 살아가면 될 것이다.



주변에 여자들이 결혼을 하는 나이가 됐다. 육아에 시달린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사와 육아는 온전히 내 것인 게 화가 난다고도 했고 자존감이 떨어진다고도 말했다. 난 그 마음이 이해됐다. 반면 결혼하지 않은 나와 같은 사람들은 계속 일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니 불안하다고 말하며 자유가 있지만 보장이 안 되는 삶이 힘겹다고 했다. 그건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니 더 잘 이해됐다. 그런데 두 개 모두 내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어느 한쪽을 지금의 '나'라고 말할 수도 없다. 나는 육아를 하는 언니가 부럽다. 조카들은 한도 끝도 없이 예쁘기만 하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는 없는 법. 그러니 부럽다는 생각만 가끔 하기로 했다. 반면 보장을 원하는 삶 또한 나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보장을 원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단단해져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일을 하고 있는 내가 불안하진 않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이 만족스럽다. 앞날을 내다보고 미리 생각해야 한다고 하면, 현재 나는 그렇지 못한 꼴이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생각은, 닥치면 닥치는 대로 생각하면 된다는 주의다. 이렇게 나는 나로 살면 되는 것이다.



책에서 마무리 지었듯이

나는 언제나 내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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