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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olpit Jun 23. 2021

첫 질문

<오늘부터 300일>의 첫 질문에 답하다


<오늘부터 300일>의 질문을 보고 고민에 빠졌어요. 누군가에게 선물할 만한 장면을 찾아보라는 첫 질문.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면 아무렇게나 막 찍을 텐데 선물할 만한 장면이면... 조금 잘 찍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런데 아시려나 모르겠지만... 저 사진 못 찍어요. 핸드폰을 들고 찍는 순간은 종종 있는데, 잘 찍는 건 아니고, 보통 정도도 아니고, 좀... 못 찍죠. 그래도 누군가에게 선물할 멋진 장면을 찾아보자 해서 기웃거리긴 했어요.



낮에는 별거 없더라구요. 갑자기 심심함을 느껴서 밖으로 나갔는데 나가서도 심심하더라구요. 도서관에 가서야 진정이 됐어요. 도서관은 신기해요. 절 차분하게 만들죠. 집에서는 책도 못 읽을, 둥둥 떠 있는 마음이었는데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차분해지다니요.




오늘 읽은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어제는 도서관에서 갑자기 '재밌는' 책이 아니라 '그냥' 책을 고르자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편견을 없애고, 고정관념 없애고, 시간의 부자인 양 '그냥' 읽을 수 있는 거리들을 찾아보자 하는 마음. 그래서 들고 온 책이 많았죠. 그중 하나는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예요.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_멋진 장면 못 찍으면 이걸로 대신하려 했다



사실 저의 타입은 아니거든요. 재밌진 않아요. 그렇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에요. 그냥 읽을 수 있죠.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들을 버리고 '그냥' 읽는 시간을 보내고 '그냥' 읽었어요. 아니 읽고 있어요. 그런 경험도 이 책이 주는 거겠죠. 아무튼 오늘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어요. 멋진 장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어제랑 다르게 한 행동은 낮에 빙수를 사 먹는 거였어요.




이디야 1인빙수



팥빙수. 저는 과일 빙수보다 팥빙수가 좋아요. 팥을 왜 이리 좋아하는 건지. 이디야에 1인빙수가 나왔대요. 포스터를 보고 가게에 들어섰고 그래서 하나를 포장해 왔죠. 밥을 먹고 빙수를 먹으니 온몸이 차가워지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또 좋았던 건, 여기에 아이스크림이 많다는 거였어요. 위에 있는 떡과 팥, 아몬드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다 아이스크림 같았어요. 제 미각은 믿을 만하지 못하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전 제가 밖에서 음식 사 오는 게 신기해요. 남들은 저의 덩치를 보고 뭐든 밖에서 잘 사 먹을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전 집에 있는 걸 많이 먹는 것뿐이지 밖의 음식을 사 오진 않죠.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아요. 어려서부터 외식을 잘 안 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 제가 밖에서 음식을 사 들고 온다? 신선해요.





죽죽 내리는 비에 죽죽 무너지는 내 마음


점심까지 먹고 슬슬 잠이 올 무렵, 출근을 해야 했어요. 어제부터 이상하죠. 제가 출근할 때만 되면 비가 이렇게 내리니. 보통 비가 아니에요. 빗줄기가 눈에 보이도록 직선을 이루며 내리죠. 어제보다 오늘이 더 굵더라구요. 선물할 만한 장면을 찍어야 할 텐데 비가 이렇게 오니 어쩌나 조마조마했어요. 그래서 급하게 비 오는 장면이라도 찍어야겠다 싶어 버스에서 사진을 찍었죠.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나요? 허허...



비는 아직도 집 근처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친 건지. 수업을 하러 여기까지 오니 여기는 하늘이 멀쩡하더라구요. "너희들, 낮에 비 안 왔어?" 물었더니 자기네는 비가 안 왔다고 하대요. 와, 아까 진짜 비 많이 왔는데.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도 크긴 커요.


수업하러 가면서 뻥튀기를 샀어요. 가게가 있더라구요. 하나에 삼 천 원, 세 개는 오 천 원. 그래서 무려 세 개나 샀어요. 하나는 학생들에게 주고 두 개를 들고 집으로 왔죠. 부모님께선 과자는 즐겨 드시지 않지만 이런 건 곧잘 드세요. 오늘 밤에 뻥튀기 드릴 생각으로 샀어요. 전 안 먹어요, 진짜예요.





뻥튀기 세 개



수업을 끝내고 나니 달이 보였어요. 저런 색의 달도 있나. 확실히 이른 퇴근은 세상을 새롭게 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여름밤의 신비일까. 원래 이런 걸까.




빨간 달



퇴근하면서 버스에서는 노란 달을 봤죠. 그러고 보니 음력으로 15일이 내일이더라구요. 보름이죠? 그래서 달이 더 노랗고 동그란가요?




노란 달



달은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것 중 하나에요. 저는 누구나 다 달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핏줄은 이렇게 이어지나 봐요. 전 달을 보는 게 좋아요. 밤마다 바라보기도 하고, 눈에 띄면 바라보게 되기도 해요. 예전엔 소원을 빌었어요. 지금은 그런 거 없어요. 그냥 쳐다봐요. 아름다움을 즐길 뿐이에요. 오늘은 달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왜 죽어야만 할까요.' 침울하고 우울하게 생각한 건 아니고 진짜 안타까움에 내뱉은 말이었어요. 저렇게 찬란하고 빛나는 달을 계속 보지 못하고 언젠가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 안타까웠어요. 계속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오늘 선물을 주고 싶은 사진은, 글쎄요. 아름답게 찍힌 사진이 없어서... 다음에 줄게요, 아름답게 찍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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