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 감정 쓰레기통입니다"

복잡한 감정으로 쓰는 모닝페이지

by 엄달님

2025.11.3. 월 9:01


오늘은 루틴 이행 첫날. 예. 망했네요. 원래 하던대로 겨우 여덟시 반에 깨서 피임약 먹고 다시 잠들어 이제야 쓰는 모닝페이지. 힘이 없다. 원래라면 지금 아침 운동 중이었어야 하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게 잠이라는 걸 다시 깨닫고 간다. 그런데 오늘은 새벽 세 시가 넘도록 잠을 못 잤다. 아마 세 시 반쯤 쓰러지듯이 잠든 것 같다.


아마 오늘 새벽엔 일부러 더 내 몸에 파괴적인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어저께 밤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빠의 분노와 욱함을 오랜만에 겪고 다 포기하면 편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나보다. 무언가를 할 의욕이 안 나서 누워있음과 동시에 스트레스를 자극적인 방법으로 풀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려면 새벽까지 안 자면서 누워서 내 몸을 혹사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밖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듣기 싫다. 이제는 내가 둥지를 떠날 때가 됐구나. 아무래도 엄마가 이 모닝페이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안 좋겠다 싶다.


글도 쓰기가 싫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나도 정신과에 가야하지만 사실 정신과에 가야 할 사람은 우리집 어른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정신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극심한 가난에서 남은 거라고는 자존심 하나밖에 없었던, 어떻게든 돈을 벌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에게 남은 것은 그 자존심. 그리고 책임감. 피해의식. 자존감은 저 밑으로 떨어져 시기질투하고, 말을 곡해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도 생채기가 난다. 난 정말 오래전부터 우리 엄마아빠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왜 자신을 미친놈 취급하냐고 했다. 그게 아닌데. 덕분에 너무 많은 감정을 경험한다. 누구나 이렇게 부모님 때문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겠지. 너무 행복했다가, 너무 괴로웠다가.


머리가 복잡하니까 글도 안 써지고 짜증만 난다. 왜, 뭐 때문에 나한테 그렇게 해서 날 이렇게 만든거지. 또 이 감정을 회복하려면 몇 주가 걸리겠구나. 그럼 또다시 아주 행복하고 감사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부모와 자식의 사이란 너무 복잡하구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워하는 관계구나. 부모의 어떤 점을 죽도록 닮기 싫은데 난 그것을 똑같이 닮았구나. 그런데 엄마에게 나와 엄마가 성격이 똑같지 않느냐, 하면 엄마는 무척 싫어한다. 자존심 상한다고. 음. 뭐지. 난 뭐지 그들에게. 뭐긴.. 자식이지. 설명하기 어려운 금쪽같은 자식이지.


당분간은 집 밖으로 나가야겠다. 집에서 헛소리를 계속 하는 아픈 할머니를 돌볼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이 감정으로 나에게 집은 집이 아니라 집구석이니까. 이걸 내가 집안에서 화와 짜증으로 풀어내지 않으려면 나가야 한다. 나가서 읽고, 보고, 듣고, 연습하고, 하고, 또 하고, 실행하고, 쓰고, 먹고, 걷고. 건강한 방법으로 풀어내자. 오늘은 모닝페이지가 더럽네. 쓰레기통같네. 내 감정을 꾸역꾸역 토해내서 썩은내가 나네. 좋은 글을 쓰고 싶었는데. 더이상 글에게 빚지고 싶지 않았는데. 오늘도 난 글에게 빚을 진다.


고만 써야겠다. 이렇게 써놓고 나중에 항상 후회한다. 그리고 갑자기 가족들에게 미안해진다.


어이없다. 너무 급변하는 내 감정이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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