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트 비에스타 교수님'이 참석하신 컨퍼런스 참여 후기 -
세상은 정말 빠르게 또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으며, 예측할 수 없는 것들로 불안한 시대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복잡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역량 있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합니다. 그 중 아이들에게 가장 크게 강조되는 것이 주도성이지요. 우리가 초등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배우고 주도성을 길러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주도성에는 간과할 만한 한계가 숨어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금) 오후 6시부터 세 시간동안 네덜란드 교육철학자로 유명한 거트 비에스타(Gert Biesta)교수님과 한국의 교사가 웨비나로 소통하는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교사상처』의 작가이며 의사선생님이자 ‘성장학교 별’ 교장선생님이신 김현수선생님께서 어렵게 만든 자리였습니다. 그 당시 교수님은 영국에 계셨는데 동시통역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어요. 그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저는 교육에서 학생 주도성에 대해 전적으로 환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질문하면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대답하기 때문에 배움이 제한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는 그동안 학생 주도성에만 너무 경도되어 있어서 그 이면에 있는 한계점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지만 찬물에 세수를 한 듯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교수님은 부모나 교사가 이럴 때 ‘포인팅’을 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아이들이 잘 모르거나 찾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알려주고, 이것이 가장 옳은 방향인지 질문해주고 또 다른 방향은 어떤지 제안해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즉, 학생이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교육의 큰 그림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세계의 지평을 넓혀주고 경계를 확장시켜주는 것을 아이에게만 전적으로 맡겨두면 안 된다는 이야기죠. 저의 생각도 교수님의 생각과 전적으로 일치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연결된 주제를 공부에 가져와서 흥미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정말 중요합니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들을 이러한 세계로 가도록 지시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아이들에게 다가 오도록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와 교사는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아이들의 시선과 관심이 전환되도록 포인팅해주고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앎의 경계가 허물어 져서 점점 더 확장되도록 말이에요.
예를 들면 가정이나 학교에서 텃밭에 오이를 키운다고 할 때, 아이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하십시오. 아이가 식물(오이 모종)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00야, 내가 잘 자라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까?” 라고 질문을 하면 이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겁니다. ‘물은 얼마 만에 주어야 할까? 거름은 어떻게 하지? 비닐을 덮어야 하나?’이런 의문을 계속 품으며 노력을 하겠지요. 이럴 때 부모와 교사도 함께 고민하면서 좀 더 확장되도록 자극을 해주면 좋아요. “오이는 자라면서 어떤 성질이 있을까?”라고 질문하면 거칠고 꼬이는 줄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겠죠. 그러면 지지대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도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오이를 어떻게 요리하면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라고 질문해주면 요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시도해 보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식물을 통해 깨어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시대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대세인 시대입니다. 학생들이 주도성이 기본인 시대입니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의 주도성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적으로 아이에게만 맡겨두지 말고, 시선과 관심을 전환시키고 확장할 수 있도록 포인팅 해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가운데 깨어있도록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것이 바로 부모나 교사의 역할이지요. 그러기 위해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좋습니다. 때로는 아이의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과정을 겪도록 지연이 되어도 기다려 주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성급한 마음에 답을 다 가르쳐 주거나 과정이나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면 안 됩니다.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 아이의 특성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리고 불완전한 존재임을 받아들이고, 기회를 주고 느긋하게 지켜봐 주는 여러분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