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유튜버다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

by 언언


한참 장래에 고민 많던 고등학생 시절, 전교에서 유명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애는 성격도 좋고 다재다능했는데 공부를 아주 잘하진 않았지만 항상 반장을 도맡아 했고 수련회 장기자랑에 빠지지 않을 만큼 노래도 잘 불렀다. 내 기억엔 비트박스도 좀 했다. 털털한 성격에 비해 키도 작고 얼굴도 귀엽게 생겨서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인 적은 없지만 집 방향이 같아서 얼굴은 알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임원 수련회에서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실수로 바지가 젖은 나에게 그 애가 흔쾌히 자기 옷을 빌려주겠다고 했었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고 있는 길에 그 애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야! 너 나 알지? 나도 너 자주 봤는데. 집이 근처인가 봐."


"그러게. 반갑다."




함께 집에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좀 친해졌을 때 그 애가 말했다.


"나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너는 잘하는 게 많잖아. 노래도 잘 부르고, 성격도 좋고, 성적도 괜찮고. 다 잘하는데 왜?"


"바로 그게 문제야. 딱 하나만 잘하는 게 없으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뭘 엄청나게 잘하지도 않고. 내 실력은 다 애매해. 다 어중간하게 실력이 있어. 버리기엔 아깝고 달려들기엔 부족한 거지."


그때는 한 가지에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팔방미인은 애매한 선택지였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 애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은 저런 고민을 할 수도 있구나. 그 시절 내 성격은 쾌활하거나 인기 있는 성격이 전혀 못됐고, 중간은 커녕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생겨 왕따 아닌 왕따가 된 적도 있다. 노래 실력이나 외모, 가정 형편까지 뭐하나 내세울 게 전혀 없었다. '내가 살 길은 오로지 공부뿐이다'라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 청소 시간, 점심시간까지 죽어라 공부했는데 기초가 없으니 성적도 잘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에 뛰어나면 다른 것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랬던 시대가 변했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잘 나가는 연예인도 개인 유튜브를 갖고 있는 시대다. 일반인은 오죽할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실시간 스트리밍, 유튜브까지 '다'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졌다. N 잡러도 많아졌다. 낮에는 직장인이었다가 저녁엔 유튜버가 된다. 팔방미인이 그야말로 짱이 되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그림의 비중을 더 높일 거다. 그림이 중요해질수록 들어가는 시간도 늘어나는데 사진만 띡 올리기 아쉬웠다. 사진은 보고 지나치는데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만들었다. 유튜브.


11111.JPG "그림으로 들려주는 세계여행 이야기"


친구들과 치맥 하면서 여행담을 꺼내놓듯이, 브런치에 쓰기엔 가벼워서 차마 적지 못한, 그렇다고 혼자만 간직하기엔 재밌어서 아까운 세계여행 에피소드들.


첫 시작으로 네팔 히말라야를 올렸다. (10분짜리 동영상 올리는데 2시간 촬영하고, 4시간 버벅거리고, 6시간 편집했다.) 한 번 꽂히면 그것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스타일이라 유튜브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일이 꽤 많다. 이러다가 브런치도,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다 망해버릴지도.



언언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gLYL0wlRLTU&t=1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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