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시대
한참 장래에 고민 많던 고등학생 시절, 전교에서 유명한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애는 성격도 좋고 다재다능했는데 공부를 아주 잘하진 않았지만 항상 반장을 도맡아 했고 수련회 장기자랑에 빠지지 않을 만큼 노래도 잘 불렀다. 내 기억엔 비트박스도 좀 했다. 털털한 성격에 비해 키도 작고 얼굴도 귀엽게 생겨서 남자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인 적은 없지만 집 방향이 같아서 얼굴은 알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임원 수련회에서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실수로 바지가 젖은 나에게 그 애가 흔쾌히 자기 옷을 빌려주겠다고 했었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가고 있는 길에 그 애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야! 너 나 알지? 나도 너 자주 봤는데. 집이 근처인가 봐."
"그러게. 반갑다."
함께 집에 가는 날이 많아지면서 우리가 좀 친해졌을 때 그 애가 말했다.
"나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왜? 너는 잘하는 게 많잖아. 노래도 잘 부르고, 성격도 좋고, 성적도 괜찮고. 다 잘하는데 왜?"
"바로 그게 문제야. 딱 하나만 잘하는 게 없으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뭘 엄청나게 잘하지도 않고. 내 실력은 다 애매해. 다 어중간하게 실력이 있어. 버리기엔 아깝고 달려들기엔 부족한 거지."
그때는 한 가지에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유행이었다. 팔방미인은 애매한 선택지였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 애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는 게 많은 사람은 저런 고민을 할 수도 있구나. 그 시절 내 성격은 쾌활하거나 인기 있는 성격이 전혀 못됐고, 중간은 커녕 친구들 사이에 오해가 생겨 왕따 아닌 왕따가 된 적도 있다. 노래 실력이나 외모, 가정 형편까지 뭐하나 내세울 게 전혀 없었다. '내가 살 길은 오로지 공부뿐이다'라는 마음으로 쉬는 시간, 청소 시간, 점심시간까지 죽어라 공부했는데 기초가 없으니 성적도 잘 오르지 않았다. 그래도 한 가지에 뛰어나면 다른 것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랬던 시대가 변했다
한 가지만 잘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어졌다. 잘 나가는 연예인도 개인 유튜브를 갖고 있는 시대다. 일반인은 오죽할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실시간 스트리밍, 유튜브까지 '다'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아졌다. N 잡러도 많아졌다. 낮에는 직장인이었다가 저녁엔 유튜버가 된다. 팔방미인이 그야말로 짱이 되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그림의 비중을 더 높일 거다. 그림이 중요해질수록 들어가는 시간도 늘어나는데 사진만 띡 올리기 아쉬웠다. 사진은 보고 지나치는데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만들었다. 유튜브.
친구들과 치맥 하면서 여행담을 꺼내놓듯이, 브런치에 쓰기엔 가벼워서 차마 적지 못한, 그렇다고 혼자만 간직하기엔 재밌어서 아까운 세계여행 에피소드들.
첫 시작으로 네팔 히말라야를 올렸다. (10분짜리 동영상 올리는데 2시간 촬영하고, 4시간 버벅거리고, 6시간 편집했다.) 한 번 꽂히면 그것 외엔 아무것도 못하는 스타일이라 유튜브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시작만 해놓고 마무리 짓지 못하는 일이 꽤 많다. 이러다가 브런치도, 인스타그램도, 유튜브도 다 망해버릴지도.
언언 유튜브 바로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gLYL0wlRLTU&t=1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