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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gNang Nov 20. 2023

고령에서살아보기삼일(2)

NangNang의 지역유랑, 개실마을 하동댁에서 하룻밤 

개실마을 

1979 여름방학으로 시간여행같은 하룻밤


살아보기 탐색 삼일은 수서에서 SRT를 타고 서대구에 도착하여

일행들을 만나 관광버스를 타고 고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난생처음 가보는 고령

가야문명의 발원지라는 수식어가 기대를 더 부풀게 한다.


긴 일정은 아니었기에

20여명의 일행과 더욱 더 촘촘하게 채워진 일정에 

매 시간이 바빴으나 그럼에도

하나 둘 휘발된 기억 후에 내게 남은 

구월 초가을,고령


나의 마음 속에 남은  키워드는

1979 여름방학 시간여행같은

개실마을 하동댁 하룻밤이었다.


고령 개실마을 , 하동댁 

요새는 지방에 갔을 때 펜션보다 그 지역의 한옥숙소를 우선 검색하게 되는데

첫날 숙소가 개실마을 한옥숙소라고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경북 고령 개실마을은

영남사림학파의 종조 점필재 선생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아름다운 집성촌마을이다.

마을 전체가 집성촌 한옥단지라서 숙소배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힙한 할머니 오토바이 부대가 나타났다. 

 

힙스터같은 개실마을 할머니들 


우리 부부는 하동댁할머니 댁으로 궈궈~

마을 길을 따라 초가을 훈풍이 코끝으로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하동댁 대문에 이나라 저나라 말로 인사푯말이 다정하다


좁다란 마을길 한편으로 곧 노랗게 익어갈 벼가 나란히 줄맞춘 논이 있고

하동댁 집은 나지막한 담벼락으로 집안이 속내를 훤히 다 드러내고 있었다.

대문 담벼락에 호박잎들이 무성하게 담쟁이 시늉을 하고

이 나라 저 나라 인삿말이

소리가 들리듯

팻말로 차곡차곡 달려 반긴다.


손님을 맞는 옛날방 


짐을 풀라는 하동댁 할머니의 안내로 툇마루를 올라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좁은 옛날 구들방에 신식 미니 싱크대와 미니 냉장고빌트인TV까지

소꼽놀이 방같다.

벽에 걸린 큼직한 옛날식 달력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옛날의 틀을 남기고 현대(?)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한옥집의 느낌을 최대한 남겨놓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마을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들로 한상차렸다고, 

어여와서 저녁을 먹으라는 반가운 전갈을 받고

이내 마을 회관으로 달려갔다. 


개실마을 할머니들이 손수 차려 주신 밥반찬

맛있다!

참 맛있다!

시골인심 넉넉하기도 하지만

시골 손맛이 지금도 입안에 감돈다. 역시 나는 촌사람출신이라 

이 밥이 더 맛있다~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마다 각자 숙소 주인집 할머니들과 둘러앉아 식사를 하라는 

주최즉의 사려깊은 설계로 할머니들과 한상에 마주앉았다.


"우리사위가 서울에서 대기업다니는데 말이지~~~~"

도시에서 온 젊지않은 우리들이 할머니들도 반가운가보다

이 상 저 상에서 할머니들의 말소리가 

노랫소리같다.


그렇게 고령의 첫날 저녁

할머니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식사를 하고 

집성촌인 개실마을에 정착한 도자기작가 이숙랑님의 

진솔하고도 솔직한  정착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도자기작가 이숙랑님

사람책 선택을 할 때 망설임없이 랑스튜디오 이숙랑작가님을 신청했다. 

일단 이름이 랑으로 끝나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게다가 도자예술가이니까 더욱 그분의 이야기를 

자매같은 마음으로 듣고 싶었던 것이다.


랑스튜디오 저녁노을

랑스튜디오는 때마침 리모델링 공사를 하여 

마당이며 카페존이며 사랑채 별채 등 모든 시야가 너무나 나의 취향저격이었다. 

예술가의 공간답게 사소한 곳 하나하나까지 

그냥 넘길 곳이라곤 없었다.

그날따라 저녁노을이 어찌나 복숭아빛깔을 내던지

모두 탄성을 지르며 목이 꺽어져라 한참을 하늘만 바라보았다.




고령 개실마을 첫날밤

촌스러운 옛날식 이부자리를 펴고 누우니

어린시절 ,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시절

여름방학 생각이 났다.


강원도 태백이 고향인 나는 방학이 되면 늘상 나이 비슷한 사촌들과 삼삼오오 

어린 십대들끼리 기차를 타고 강원도 삼척 할머니댁으로 갔다. 

기차역에서 내려 두시간이나 되는 길을 

손잡고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할머니댁으로 걸어가던 그 길

친척들이 모여살던 집성촌이었던 삼척의 산 골짜기


지금은 그 때의 사촌들도 나도

오십이 넘고 육십이 넘었고

심지어 지금은 서로 소식도 멀지만


세월의 때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령 개실마을 한옥집 지붕아래에 

누운 나는 십대의 어린 내가 되어있었다.

1979년 여름방학의 어느 밤



 

고령 개실마을 한옥숙소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243-5   




사용한 사진들은 고령3일에 함께 하신 분들이 올려주신 사진입니다

권태훈작가님, 김만희대표님, 이춘재선생님, 윤석준님 감사합니다. 


#패스파인더 #고령3일 #지역살아보기 #대가야고령 #개실마을 #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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