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진, 너랑나랑호프, 에어비앤비 그리고 남북통일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엄두가 안나던 곳. 지나가다 본 행진 앞에는 늘 대기자가 앉아있었다. 당일은 우리가 일찍 만났거니와 내장류 불가 판정을 받은 준회원이 있었기에 슥 땡기던 곱창전골을 뒤로 하고 행진으로 향했다.
회장님의 든든한 집도로 본게임 시작. 인테리어에서부터 집기류까지 온전한 레트로를 뽐내는 이곳은 그야말로 컨셉에 잡아먹힌 곳. 좋은 뜻이다. 어정쩡하지 않아 좋았다. 풍겨지는 것도 차림상도.
그러나 무슨 일인가. 준회원 말고는 젓가락질이 어쩐지 굼뜬 것 아닌가. 태풍같은 먹방과 그에 걸맞는 지출을 걱정했던 우리는 잠시 의아했지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싶었다. 맛있었으나 다들 배가 그리 확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게스트님도 만족하셨으리라. 연신 함께 하고 싶었다는 말을 뱉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혹은 유부남의 해방감이었으려나. 아니렸다! 어쨌든 그의 해방일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스트를 만족시켜야만 하는 일종의 사명이 맛동산 정신에 서려있다. 본격 음주를 시작해야할 때. 필자가 꿩먹고 알먹고를 적극 추진하여 이동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 딱. 문이 닫혀 있었다. 옵션을 떠올려보자.
너랑나랑호프는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왔다고 해서 알게 되었다. 이곳의 시그니처는 소고기 육전과 곁들여 나오는 갓김치라고들 하던데...필자는 1회차 방문에서도 2회차 방문인 이날에서도 대표 메뉴를 빗겨갔다. (그 녀석들을 먹으러 가야 할 좋은 핑계가 생겼다) 여느 호프처럼 뭐랄까, 틱-해서 틱-주는 느낌의 안주가 아니라 맛있는 요리를 내주는 느낌이어 만족스러웠다. 새우전을 시켰고(난 그닥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모르는 척 했고) 묵사발을 시켰다. 고로 묵사발이란 안주는 2-3차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치트키 안주다. 소주의 시원함을 무색하게 하는 차가움과 소주의 알코올을 날려버리는 새콤함. 그 안에 탱탱한 묵. 그 옆에 조화롭게 아삭거리는 오이와 김치가 있다. 한 잔 마시게 할 걸 두 잔 마시게 한다기보다는 한 잔 마신 걸 모르게 하는 놈이랄까. 묵사발은 내게 그런 존재이다. 학교 앞 한 술집에서 처음으로 먹었던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이야기를 또 주정뱅이처럼 하다가 어느샌가 취해버렸다.
이날은 총무님과 필자의 합동 생일파티가 있었던 날이기도 했다. 케익이 두개이기에 하나는 이곳에 풀기로. 조용하게 생일축하노래를 부르고 케익을 잘라 이곳저곳 나눠 주었다. 케익은 모름지기 함께 하기 위한 음식.
이제는 숙소로 가야할 때, 편안하고 아늑한 그곳에서 다시금 술을 마셔보기로 했다.
홍대까지 걸었다. 중간에 토마토마도 먹었다. 안주사냥은 이제부터. KFC가 보여 한 팀은 그쪽으로 갔고 게스트가 좋아한다는 떡볶이를 공수하기 위해 다른 팀도 움직였다. 어렵게 1층 로비에 모여 올라갔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시 파티. 케익 싫어하는 나도 당케(당근케익)은 좋아하는 편이다. 안주는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KFC와 조폭떡볶이와 편의점의 조합. 거기에 망원시장에서 샀던 튀김까지. 진수성찬은 차려졌다. 방에 왔으면 BGM이 깔려야 한다. 최근 맛동산 앰버서더로 적극 검토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뉴진스. 오-아아아아아 케미컬 하잎 보이! 그러다 딩고를 틀었고 성시경을 시작으로 많은 가수들의 명곡을 안주삼았다. 일어나서 안 사실로는 음악을 안주로 삼았기에...앞에 있는 음식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명씩 전사했다. 저 하얀 침대로 몸을 던졌다.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남은 자는 회장님과 게스트님. 우리의 마지막 자존심으로서 회장님을 내세우고 기타 회원들은 이불에 몸을 담구기 바빴다. 슬슬 마무리가 되었고 어느새 화면엔 장기하가 나왔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라면 껌뻑 죽는 내가 침대 위에 올라섰다. 그들의 음악은 춤추기에 아주 좋은 것. 몸사위를 선보였고 나를 향하는 핸드폰 카메라의 시선이 느껴졌다. 다음 날, 카톡에 올라온 그 영상은 난 절대 볼 수 없었다.
해장까지 야무지게 하는 것이 맛동산 정신 아니겠는가. 게스트에게도 이를 온전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애초엔 라멘이었지만 그보단 이곳이 더 낫다 싶었기에 방을 싹 치우고선 목적지를 변경했다. 한 차례 맛동산의 해장으로 방문한 적이 있던 남북통일이었다.
이름부터 먹고 들어간다. 남북통일. 굉장한 SWAG이다. 진득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그보다는 가볍게 해물맛이 나는 국물은 칼칼했다. 시원했다. 만두의 바다랄까. (억지 금지) 만두도 간이 쎄지 않고 오히려 슴슴한 편이었는데 이런 게 이북식 만두란다. 반으로 쪼개서 간장을 살살 적셔 먹으면...아, 방금 꼴깍했다. 소리 들으신 분? (억지 금지) 뿐만 아니라 저 김치가 진짜 맛있다. 만두와는 다르게 마늘향 팍 나고 입맛 삭 땡기는 그 김치다. 아는 사람은 저 빛깔만 봐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모르면 바보. 아, 보리차까지 한몫한다. 식전 한 컵, 식후 한 컵이면 해장의 단계를 완벽히 밟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게스트를 모시고 모임을 진행했다. 아, 맞다 이런 묘미가 있었지! 하는 새삼스러운 감정과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보고 싶기도 하는 마음을 공유했다. 그리하여 맛동산 MT를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멀지 않은 날에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맛동산 티셔츠까지 맞췄다. 우스갯소리로 말하던 상상이 현실로. 디자이너 콩과 디렉터 쪼의 합작. MT가면 기념으로 맛동산티를 불출해야겠다. 어디 가서 걸레로만 쓰이지 않는다면 좋겠다. 양파행성을 찾아가기 위한 맛동산 왕자의 우주 여정이 담겨있는 브랜드 스토리는 특별판에 담기로 하겠다. 이날의 행복을 머금으며 빨리 잠에 들고 싶다. 망원! 좋아! 망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