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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셉 Jan 24. 2024

한없이 가벼운 사람은

알지 못하는 고통의 무게를 짊어지고

마르세유 이프섬

"나는 네가 많이 무서웠어."

군대에 입대하기 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친구는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왔다가

우연히 내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단다.

거기에 적어 놓은

고민과 생각을 읽고는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나는 농담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생각 없는 아이처럼

늘 흥얼거리며 장난을 쳤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생각은

꽤 무거웠고 위태롭게 보였나 보다.

평소에 만나는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이격 때문에 무서웠단다.

그래. 나는 자주 농담하고

심각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일부러 흐름을 흔들곤 했다.

엉뚱한 장난을 즐겼고 개구졌다.

대학 시절, 세차게 비가 쏟아 지던 봄날에

우산을 거꾸로 들고서는

물을 잔뜩 받아서 장난을 쳤다.

이 바보 같은 장난에

친구들도 함께 했다.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나보다 나이는 몇 살 어리지만

동기처럼 지내던,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톤을 가졌지만

생각은 아직 어렸던 아이가

나를 보더니 혀를 차며 비웃었다.

"다른 애들이 너 따라 하다가

저 모양이 되었잖아.

도대체 너는 언제쯤 철이 들래?"

나는 웃어넘겼지만

머릿속으로 많은 질문이 들었다.

어떤 태도를 보이면 철이 드는 걸까?

웃음을 참고, 조금 더 진중한 목소리를 내면

그때부터 철이 든 걸까?

지금부터 철이 든 모습을 하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가 달라질까?

살아가기에도 벅찬 인생의 무게에

철까지 들면 얼마나 더 무거워질까?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은 쉽지 않다.

가볍게 보이려 애쓰는 사람은

너무 두렵거나 무거워서,

한숨이나 울음 대신 한 번 더 용기 내어

웃어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했다.

내가 머물던 고시원은

좁아서 아늑했고, 한없이 외로웠다.

고시원 가까이에 초라할 만큼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장의자가 세 개 정도 놓여 있었고

그마저도 버려진 것처럼 비어있었다.

오가던 길마다 그곳에서 탄식하며 기도했다.

"하나님이라면 나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를 보니, 쓸데가 전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이라면 나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만일 사용할 수 있다면 제발 사용해 주세요."

하나님을 사랑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하나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노래하는풍경 #15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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