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 못하는 고통의 무게를 짊어지고
"나는 네가 많이 무서웠어."
군대에 입대하기 전,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나는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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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왔다가
우연히 내 다이어리를 보게 되었단다.
거기에 적어 놓은
고민과 생각을 읽고는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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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하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생각 없는 아이처럼
늘 흥얼거리며 장난을 쳤다.
하지만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생각은
꽤 무거웠고 위태롭게 보였나 보다.
평소에 만나는 모습과 너무 달라서
그 이격 때문에 무서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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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자주 농담하고
심각한 분위기가 이어지면
일부러 흐름을 흔들곤 했다.
엉뚱한 장난을 즐겼고 개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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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세차게 비가 쏟아 지던 봄날에
우산을 거꾸로 들고서는
물을 잔뜩 받아서 장난을 쳤다.
이 바보 같은 장난에
친구들도 함께 했다.
모두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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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이는 몇 살 어리지만
동기처럼 지내던,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톤을 가졌지만
생각은 아직 어렸던 아이가
나를 보더니 혀를 차며 비웃었다.
"다른 애들이 너 따라 하다가
저 모양이 되었잖아.
도대체 너는 언제쯤 철이 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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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어넘겼지만
머릿속으로 많은 질문이 들었다.
어떤 태도를 보이면 철이 드는 걸까?
웃음을 참고, 조금 더 진중한 목소리를 내면
그때부터 철이 든 걸까?
지금부터 철이 든 모습을 하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게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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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에도 벅찬 인생의 무게에
철까지 들면 얼마나 더 무거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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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은 쉽지 않다.
가볍게 보이려 애쓰는 사람은
너무 두렵거나 무거워서,
한숨이나 울음 대신 한 번 더 용기 내어
웃어 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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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자취생활을 했다.
내가 머물던 고시원은
좁아서 아늑했고, 한없이 외로웠다.
고시원 가까이에 초라할 만큼
작은 예배당이 있었다.
장의자가 세 개 정도 놓여 있었고
그마저도 버려진 것처럼 비어있었다.
오가던 길마다 그곳에서 탄식하며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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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라면 나를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나를 보니, 쓸데가 전혀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하나님이라면 나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만일 사용할 수 있다면 제발 사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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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을 사랑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는
하나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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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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