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셉 Oct 04. 2024

아빠는 멋있어

딸이 달아준 훈장

마음에 훈장을

하루가 길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피곤해서 버스 안에서

병든 닭처럼 고개를 떨궜다.

몸이 물먹은 수건처럼 무거웠고

체온계를 재보니 38.5도를 가리켰다.

해열제 하나를 먹고 애벌레처럼

몸을 웅크리고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얼마간 쉬었다고

몸도 마음도 안정이 생겼다.

늦게 귀가한 딸 온유는 내 모습을 보고

아빠가 아프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 모습이 귀엽고 고마웠다.

또 필요한 것 있느냐는 말에

아빠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뜻했다.

그리고 누워 있는 내 몸에

자기 몸을 깔아 뭉개고는 그동안의

일들을 조잘거리며 이야기했다.

기분이 좋았던 일과 그렇지 못했던 일,

그 속에서 고마웠던 일, 깨달았던 일들..

온유가 처음 좋아했던 연예인이 가수 지코였다.

그래서 온유는 지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놀 것 같지 생겼지만 별로 그렇지 않아.

술도 서른 살이 넘어 먹었고, 담배도 피우지 않아.

책도 많이 읽어서..."

자기 나름대로 생각한 지코가 가진 매력을 들려준다.

그래서 지코가 자기의 롤 모델 중 한 명이란다.

"내게는 닮고 싶은 롤 모델이 몇 명 있어.

그 중에 아빠도 닮고 싶은 내 롤 모델이야.

멋있어. 아빠."

딸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아이가 남긴 따스한 기운이 방안에 가득했다.

무척 고마웠는데 나는 온유의 말에

뭐라 답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편지를 써야 하는 날

고마웠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아빠의 가슴에 훈장을 달아 주어 고맙다고,

다시 기운을 내게 만드는 말과 시간..

<노래하는풍경 #1598 >

#기억하고싶은시간 #훈장같은말

#오랜만 #노래하는풍경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필요충분 조건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