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하며 질문하며
며칠 전, 한 공공 기관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다 마치고 강당을 나서는데 몇 분이서 내게 물었습니다.
"이 이야기의 다음을 듣고 싶은데
또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는 어디서 들을 수 있을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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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상대에게 너무 무심한 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가장 솔직했던 답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아직 내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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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일기장에 글을 쌓아 놓고
꺼내기를 머뭇거립니다.
내 마음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머뭇거리는 이유는
질문만 있고 종종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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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결론을 말해봐.'
살아가며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말을 조리 있게 못해서 일까요?
그래서 주눅이 들었던 걸까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들이
너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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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끔 두서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는 편입니다.
답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민과
마음의 방향을 살피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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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사진을 찍지 못했던 시간이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내가 찍는 사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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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오랫동안 하면서도
같은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학교를 그만두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게는 학교보다 학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답은 없고 손에 잡히지 않는 질문만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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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보이지 않아서
빨리 답을 내놓으라고 질문하지만
답은 질문을 던질때는
알기 힘듭니다.
그런데 질문을 하고 살아가다 보면
답을 알지 못해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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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무엇인지 아무리 물어도
답이 무엇인지 좀처럼 알지 못하지만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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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호흡하고 있지만
숨을 쉬는 이유를 묻는 것처럼
가끔 바보같은 질문을 합니다.
이런 질문들이 일기장에 가득합니다.
질문을 계속하다 보면
질문하는 길 위에서 아버지를 조금 더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답 없는 질문들이 내게 기도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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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5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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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마치고꼬맹이들과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