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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Dec 26. 2019

#3.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이브 


올해는 크리스마스이브를 혼자 보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 지금껏 만나온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관심이 있었다고 용기를 내어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연애를 통해서 감정 소비가 심한 탓도 있었지만, 잦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용기를 내지 못하면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확신이 생긴 건 왜일까요?

평소에는 낯가림도 심하고 말수도 없었지만 과감하게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하였습니다.


"언제 시간 되시나요.?"


솔직히 연락하고 만날 구실을 찾느라고 갖은 핑계를 대었지만, 연락을 해놓고서도 후회를 많이 하였습니다.

왜 이상한 핑계를 대며,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였을까.

스스로 자책하며, 답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뜻밖에 그녀에게 긍정적인 답변이 왔습니다.


"바빠서 힘들긴 한데 시간 한번 내볼게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며칠 후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간 많은 대화를 해보지 않았던 탓인지 평소 생각했던 그녀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생각보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이브 날 두 번째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며 알아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그전에 누군가를 만나면서도 마음속 한편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과 결핍을 그녀와 있는 시간 동안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만나는 동안 내내 행복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에 대한 강한 애정 때문에 잔잔하게 흘러가는 연애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어긋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만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배려한다면 좋은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씨는 추웠지만 서로 맞잡은 손과 마음 만은 따뜻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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