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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by 팔구년생곰작가






세상에서 가장 솔직하지 못한 사람을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그것은 '술'이다. 하지만 술의 힘을 빌려서 진실한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동북아시아 그리고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는'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낳고 자라온 '나'는 지극히 솔직하지 못한 내성적인 사람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진실한 마음을 전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평소 주변 상황으로 인해 마음속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상대방에게 하지 못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글을 쓰고 있는데 다음에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또다시 나의 애매한 성격이 발동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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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어떤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했는데 혹시라도 상처를 입히진 않았는지 뒤늦은 후회가 된다. 아니 솔직히 그 사람의 입장에서 나는 진심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단지 그 사람에게 멋있어 보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를 더욱 꾸미고 감추지 않았는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솔직했다면 그리고 좀 더 어른스러웠다면 하는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당시 나는 완전한 어른이 아닌 미성숙한 애매한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 사람의 진심을 그리고 간절함을 마음속 깊이 담지 못한 것 같아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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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어렵고 사람이 어려워서 우리는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차라리 술의 힘을 빌려서라도 솔직하게 말하자."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친구, 연인 혹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부정적 반응을 받을 때가 대부분이다.



언제쯤 취중진담이 아닌 제대로 된 진담을 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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