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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조차도 무감각해졌다

by 팔구년생곰작가





허전하다. 허무하다.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멍하다. 슬프다.



이것들은 상실 후에 오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실 후에 "정말 괜찮은 걸까.?" 라며 스스로 생각을 가질 정도로 감정조차도 상실 조차도 무감각 해진 듯하다.


... 무엇 때문일까?


사실 어린 시절엔 무엇이든 때를 쓰면 들어주었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라도 잃어버렸을 때 오는 상실감이 컸으리라.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일은 기를 쓰고 하려고 해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무엇을 자꾸 하려는 것보다는 한 가지씩 포기하는 일에 익숙해진다.


한 가지씩 포기해야 됨을 깨닫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아마도 이것은 내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신호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에도 매달렸지만 이제는 작은 일 조차도 시작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싫다. 더군다나 상실 후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싫다. 그저 어린아이와 같은 감정으로 남아있고 싶다. 어떤 때는 상실감을 느끼는 것조차도 싫어서 스스로 빠르게 포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넌 정말 포기가 빠른 사람이구나."



그렇다.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선택하고 구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이것이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나의 성향일 뿐이다. 단지 상실 후에 오는 감정들이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상실 후에 오는 감정을 막을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거지만 그저 스스로 아픔을 느끼기 싫어서 피하고 빨리 극복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저 남들에게 상처 받기 싫어서, 남들에게 뒤쳐지거나 놀림감이 되기 싫어서, 남들에게 괜찮고 멋있는 모습만 보이고 싶어서."



2021년 새해가 밝았다. 가족과 주변 지인들 그리고 브런치 구독자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해야 되는데, 코로나로 인해 정신없이 보냈던 탓에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해서 아쉽다. 이 글을 빌려 모든 사람들이 새해에는 건강하고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새해에는 스스로 느끼는 모든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 또한 상실 후에 오는 감정들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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