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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by 팔구년생곰작가






오래된 집을 꾸미고 도배시공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니 창문 밖은 비 오는 소리로 요란하다. 집을 꾸민 지 얼마나 됐다고... 날씨가 화창하면 좋으련만. 이렇게 비가 쏟아지니 기분이 괜스레 안 좋아졌다.


시간이 지나고 비가 그치지 않을 것 같았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화창해졌다. 화창해진 하늘과 같이 나의 마음도 밝아지는 것 같았다. 피곤을 씻어낼 기지개를 쭈욱 피고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방 청소와 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빨래를 하고 난 후, 방 이곳저곳 먼지 쌓인 곳을 쓸고 닦아냈다. 얼마 전 새로 했던 벽지와 더불어 청소를 한 후 방의 깨끗해진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지만 행복한 생각도 잠시 천장 한쪽 벽면에 초록색의 곰팡이가 스며든 것이 보였다.


"아.... 도배시공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곰팡이가."



아마도 전 날 비가 쏟아지면서 2층 계단에 생긴 작은 균열 틈새로 물이 들어온 모양이었다.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후 계단에 생긴 균열을 손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벽지에 생긴 곰팡이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물 티슈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든지 아니면 깨끗한 벽지를 잘라서 덧붙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그냥 곰팡이가 스며든 벽지를 그대로 두기로 하였다.



"그래 너도 곰팡이지만 생물인데 없애는 것보다 함께 지내는 일도 나쁘진 않겠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과의 동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거의 나는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 성격 탓에 무엇이든 보기 흉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위적으로 없애거나 지워버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보니 자연이든 한 사람의 인생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위적으로 바꾸고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인위적으로 없앨수록 더욱 안 좋은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나의 삶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을 흐르는 데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또한 나를 둘러싼 존재들에 대해서 창조된 모습 그대로 인정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과거 급하고 예민했던 성격도 차분한 성격이 되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이런 모습이 좋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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