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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Oct 03. 2019

법정에 선 아이

영화 '가버나움'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


사람을 칼로 찌른 후 교도소에 갇힌 12살 소년 자인(자인 알 라피아)은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출생증명서도 없는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자인은 왜 부모를 고소했냐는 판사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이야기의 시작

셀림(파디 유세프)과 수아드(카우사르 알 하다드)의 아들로 태어난 자인은 아사드의 가게에서 배달을 나가거나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가짜 처방전으로 구매한 약을 탄 주스를 팔면서 살아간다.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할뿐더러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학대를 받는 자인이지만 아끼는 여동생 사하르(세이르 이잠)가 있어서 불행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하지만 사하르는 아사드(누르 엘 후세이니)에게 아내로 팔려나가게 되고 자인은 분노하며 집을 나오게 된다. 가출 이후 먹을 것이 떨어져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12살인 자인을 써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떠돌아다니던 자인은 바퀴맨 복장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따라 놀이동산에 가게되고 거기서 불법체류자 신분인 라힐(요르다노스 시퍼라우)을 만나게 된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어린 요나스(볼루와티페 트레저 반콜레)를 몰래 키우며 어렵게 생활하던 라힐은 먹을 것을 달라는 자인의 말에 선뜻 본인의 집에 들이고 씻겨주고 먹을 것을 주면서 어린 요나스와 함께 셋이서 지내게 된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어느 날 라힐은 시장에 갔다가 경찰에게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을 틀키게 되고 감옥에 잡혀가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자인은 요나스를 키우면서 라힐을 기다리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급기야 자인과 요나스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여기저기 떠돌며 자인은 어떻게든 요나스와 살아가기 위해서 돈을 벌려고 약을 탄 주스를 다시 팔아보지만 12살 어린 소년에게 가혹하리만큼 척박하고 가난한 도시에서는 따뜻함 대신에 매몰찬 시선과 학대만을 퍼붓기 일쑤였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결국 자인은 스웨덴으로 이주를 갈 것을 결정하고, 신분증을 파는 남자에게 돈을 받고 요나스를 팔게 되면서, 사랑하는 여동생 사하르에 이어 그 동안 키우면서 정들던 요나스를 잃게 된다. 눈물을 흘리면서...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이주를 위한 신분증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구하러 집으로 다시 돌아간 자인은 어린 나이에 아사드에게 시집갔던 사하르가 하혈을 하며 건강이 안 좋아졌지만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원 문 앞에서 목숨을 잃고 하늘나라로 간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분노한 자인은 결국 주방에서 칼을 꺼내 집을 나서게 된다. 셀림과 아사드는 말려보려고 쫓아갔지만 자인은 이미 아사드를 칼로 찌르게 되고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어느 날 자인은 사연을 들어주는 TV 프로그램을 보게 되고 방송국에 전화를 하여 사연을 말하고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이후 자신을 도와주기로 한 변호사 나딘(나딘 라바키)과 법정에서 억울한 사연을 풀어놓으며 더 이상 본인처럼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학대당하는 아이가 없게 함과 동시에 부모가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달라고 한다. 곧 태어날 저 아이도 나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 하지만 지독한 가난 속에서 아이를 팔아가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려 했던 자인의 부모에게 그 어누 누구도 비난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러한 일이 있은 후 15명과 함께 불법으로 창고에 갇혀있었던 요나스는 경찰의 도움으로 라힐의 품에 돌아가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영화 내내 웃는 장면이 없던 자인은 신분증을 위한 사진 촬영을 하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영화 '가버나움' 스틸 이미지


내용이 무거운 영화였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다. 평소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다소 있었지만, 영화를 보면서 모든 난민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갈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며 자라야 될 어린아이들이 척박하고 가난한 환경이나 사회구조에서 학대를 받고 돈벌이에 나서게 되거나 팔려나가게 되는 것을 보고 슬픈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모든 것이 풍족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무엇에 중심을 두고 삶을 살아가야 되는가에 대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으며,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외국인 영화상 후보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레바논에서 실제 난민들을 캐스팅해서 촬영했다고 한다. 하나의 영화가 보는 이의 인생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 깨닫게되며, 작품에서 변호사 역할로 나왔던 감독 나딘 라바키의 인상 깊었던 칸 영화제 수상 소감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전 영화의 힘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영화란 단지 개봉하기 위해서 꿈꾸게 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껏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기 위해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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