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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Sep 19. 2023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 Episode 2 >






시험이 끝나고 보니 어느새 백수가 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나는 방안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일어나야 한다고 속으로 몇 번을 생각을 해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우연히 어떤 유튜버의 브이로그 영상을 보게 되었다.



처음과 중간은 서울의 일상을 담은 것 같았고, 마지막 부분은 유튜버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부분인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에 그가 말하는 클로징 멘트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사람마다 인생을 달리는 속도는 다르다. 따라서 남들이 앞선 간다고 서두를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 



보통 사람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그리고 주변의 이끌림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모님 그리고 누나와 형, 주변 지인들의 이끌림에 끌려다니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주변 친구들보다 항상 늦었다. 군대를 가는 시기도 늦었고 대학교를 들어가는 시기도 늦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복학도 늦었고, 취업도 남들보다 훨씬 늦게 했다. 주변에 끌려다니기만 했지 주도적으로 무엇을 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무엇을 하든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다. 아니 그냥 '나'라는 사람을 믿지를 못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매사 어떤 일이든 가족들이나 지인에게 물어봐야 했다. 하지만 타인이 나에게 어떤 결정을 하라고 시원하게 답을 해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인생이 아닌 오로지 나의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확신이 없었던 나는 매번 고민만 하다가 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인생의 방향이나 목표를 정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일주일 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일주일 밖에 살지 못한다면..?"

"여행도 다녀오고, 자격증 공부도 해보고 싶다."



그런데 시한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어느샌가 나는 모든 일들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었다. 더불어 평소에 하고자 했던 일들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것처럼 큰 깨달음이 떠올랐다. 



"아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이구나.!"



깨달음 때문이었을까?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 스무 곳이 넘는 병원에 이력서를 넣었고, 다섯 군데 넘게 면접을 보러 다녔다. 이토록 취업을 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닌 적이 있었나 싶었다. 또한 거주하던 지역에 독서모임이 있나 찾아보았다. 다행히도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 곳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먼 거리까지 독서 모임을 다녔다. 나는 책을 읽으며 사람들 앞에서 주도적으로 토론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글을 쓰고 출간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성공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여태껏 주도적이지 못한 삶을 살았던 내가 잠시나마 주도적으로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어떤 일이든 주도적으로 계획을 짜고 실천하는 삶을 살지는 못한다. 그래서 매번 스스로를 성찰하고 돌아본다. 30년 인생동안 다이어리를 쓸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나는 다이어리에 하루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이든 자신이 남들보다 앞서간다고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앞서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조금 늦은 것 같다고 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제야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자신이 원하는 데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방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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