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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2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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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Aug 12. 2024

괴롭힘






다음 날 회사로 출근하는 길, 나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은 무거웠고, 그 무게는 최근의 부당한 인사이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노동조합의 일원으로서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 싸우려고 하였다. 그 덕에 신뢰도 두터웠고, 동료들도 믿고 따라주었다. 하지만 얼마 전, 뜻하지 않은 인사이동으로 나는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났다.



회계팀. 이 부서는 어용노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부서로 악명이 높았다. 나는 왜 갑자기 이곳으로 발령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회사는 나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 감시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노동조합과 직원들 사이에서 나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출근한 나는 회계팀 사무실에 들어섰다.      


"새로운 부서로 첫 출근 한 소감이 어떤가.? 환영해."



부서장인 박 과장이 다가왔다.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받아들였지만, 그 미소 뒤에 감춰진 속내를 읽을 수 있었다. 박 과장은 어용노조의 핵심 인물로,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비교적 평온했다. 박 과장과 동료들은 나를 친절하게 대했고, 나는 그들과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이제 조합의 일에서 멀어졌으니, 새로운 부서에서라도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 조직에서 점점 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료들이 대화할 때마다 나를 제외하거나, 대화에 참여하려고 하면 슬며시 화제를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 작은 문제가 생겼다. 업무 보고서에 작은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를 수정하려고 했지만, 박 과장은 이 문제를 크게 부각하며, 나에게 심한 질책을 쏟아부었다. 동료들 역시 나를 비난하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들이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것임을.



그날 이후, 나는 더 빈번히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했다. 메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나에게 불필요한 업무가 맡겨졌다. 심지어 동료들은 업무 시간 외에도 나를 일부러 불러내어, 의미 없는 일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버티려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이전의 동료들과의 관계가 그리웠고, 내가 지금 왜 이곳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지쳐갔다. 이곳에서의 모든 일이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처음 왜 이 회사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노동 조합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의 괴롭힘에도 나는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기로 했다. 묵묵히 일하며,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편으로는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부당함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언제든 필요할 때를 대비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나는 다시 조합원들과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의 상황을 전해 듣고 분노했으며, 도와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한번 싸움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이번에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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