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오후 햇살 아래에서 나는 공장 밖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성민이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친구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현재 회사의 노사 문제를 해결하기 힘을 보태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성민이의 죽음에 관해서 진상을 알아보는 것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그러던 중 사측에서는 내가 성민이의 죽음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것을 우려하여 인사이동 조치를 단행하였다. 나는 기존의 반도체 라인의 자재팀에서 회사 회계팀으로 인사이동이 되었다. 이것은 잠재적인 문제의 중심에서 나를 멀어지게 하고 나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회계팀의 새로운 직원이자 막내가 된 나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회계팀 과장과 대리가 앉아 있었다. 그 두 명을 포함하여 회계부 직원 모두가 어용 노조의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과 일하기 적합한 사람인지 확인해 보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되도록 평온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하였다.
”반가워요. 이제부터 당신은 회계팀 직원이에요. 혹시라도 불미스러운 일로 사측과 등을 돌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그리고 현재 인사이동 되어 여기로 온 당신에게 이 자리는 경력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 노동조합과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과장은 굉장히 조용하고 예의를 갖추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내가 기존 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였다. 나는 고민했다. 성민이의 죽음 그리고 박태일 지부장을 필두로 한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끊고, 새로운 곳에서 정착할 것인지. 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어용노조에 가입할 것인지 기존 노동조합에 힘을 보탤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한편 나의 인사이동 소식을 들은 박태일 지부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느꼈고, 나의 결정이 노동조합의 싸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자세한 진위여부를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는 내가 성민이를 위한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박태일은 조합의 다른 회원들과 함께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운동을 펼쳤다. 그는 회사의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문서를 작성하고 성민이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였다.
회사는 점점 큰 논란에 휘말리기 시작하였다. 박태일의 노력 덕분에 노동자들 사이에서 점차적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안전이 보장될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확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