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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방인2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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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구년생곰작가 Aug 19. 2024

불행






어두운 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노동조합 지부장 박태일은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차에 올랐다. 그날따라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공장 내 문제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그는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동료들과 밤낮없이 머리를 맞대며 사측을 상대로 싸워왔다. 피곤할 틈도 마음이 약해질 새도 없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깊은 생각에 빠진 박태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차가 이상해짐을 느꼈다. 그 순간 차는 컨트롤을 잃고 도로를 벗어났다. 차가 비틀거리는 찰나, 차량 뒤편에 한 줄기 빛이 거세게 다가옴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차는 옆에서 돌진해 오는 트럭에 의해 세게 들이받였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과 동시에 박태일의 의식은 그곳에서 멈추었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박태일은 중환자실에 누워 의식을 찾지 못했다. 사고의 원인이 단순한 실수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적인 시도인지를 알 수 없는 상항에서 그는 깊은 잠 속에 빠지고 말았다.



지부장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노동조합 내부는 크게 동요했다. 지부장은 노조의 중심에 있었고 그가 없으면 조합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조합원들은 사측의 압박과 위협에 점점 더 두려움을 느끼며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동료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태일은 그동안 노동자와 조합을 위해 헌신해 왔고, 그의 사고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이제는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사측의 야만적인 행태와 폭력에도 입을 막고 귀를 막으며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사측의 압박은 날로 거세졌고, 조합원들은 하나둘씩 입을 다물었다. 



"아니 지부장님도 그렇게 사고가 나서 누워있는데, 남은 우리들끼리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모두들 이구동성처럼 이야기하며 이러한 말들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나는 갈등했다. 분명히 현재 사측의 부당해고와 저임금 등 불합리한 행태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바뀌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부장의 부재로 인해서 모든 계획의 시행여부조차 불투명해져 버린 상황이었다. 과연 내가 남은 동료들과 함께 사측을 상대로 노동자의 권익과 성민이의 죽음을 밝히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의문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박태일 지부장의 병실을 찾아갔다. 지부장은 여전히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그를 바라보며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싸우는 것일까.?" "과연 이 싸움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다음 날 사측의 한 고위 인사가 나를 찾아왔다. 



"자네 친구의 죽음은 아직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어머니와도 원만하게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라 모두가 더 이상 그 일을 문제 삼고 싶어 하지 않다네."

"자네와 우리 회사 모두를 위해서 조용히 넘어가주는 것은 어떻겠나.? 

"어쩌면 그게 박지부장도 원했던 일일 걸세."



그 말을 들은 후 마음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입을 다물고 살아가면, 적어도 나와 동료들이 다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오기가 생겨났다. 현재 공장의 노동자를 향해 자행하고 있는 부당해고와 저임금 그리고 성민이의 억울한 죽음을 박지부장은 분명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위해 홀로 싸워온 사람이었고 나는 그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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