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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AULE Jan 11. 2017

매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진을 남겨두기

사진을, 동영상을 많이 남겨두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당신이 뭔데 나에게 먼저 끝을 논하는가.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아빠의 모습을 담는 일은 사실 너무 어렵다. 마지막 순간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인간은 모두 자기가 언제 죽을 지 모른다. 그래서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도 모자른데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기가 어렵지. 평소에도, 그러니까 아프기 전에도 우리가 좀 더 가까웠고 서로에게 시간을 많이 쏟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두었다면 투병 중에도 별것 아닌 일상에 카메라를 드는 게 습관적이었을텐데. 그렇지 않았기에 사진을 시도 때도 찍는 것은 어색했고, 아빠를 보내는 준비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켜기가 두려웠다.


그래도 그러지 말걸. 어색하고, 불효막심한 짓 같다고 여기지 말걸. 침대에 누워있는 일상이 전부가 되고, 아빠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지금의 나날들은 너무 아쉽다. 후회스럽다. 나는 오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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