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남겨두기
사진을, 동영상을 많이 남겨두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당신이 뭔데 나에게 먼저 끝을 논하는가.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아빠의 모습을 담는 일은 사실 너무 어렵다. 마지막 순간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인간은 모두 자기가 언제 죽을 지 모른다. 그래서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도 모자른데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기가 어렵지. 평소에도, 그러니까 아프기 전에도 우리가 좀 더 가까웠고 서로에게 시간을 많이 쏟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두었다면 투병 중에도 별것 아닌 일상에 카메라를 드는 게 습관적이었을텐데. 그렇지 않았기에 사진을 시도 때도 찍는 것은 어색했고, 아빠를 보내는 준비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 스스럼없이 카메라를 켜기가 두려웠다.
그래도 그러지 말걸. 어색하고, 불효막심한 짓 같다고 여기지 말걸. 침대에 누워있는 일상이 전부가 되고, 아빠와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지금의 나날들은 너무 아쉽다. 후회스럽다. 나는 오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