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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세 번째

설화

by 재인


눈이 내리면 하얀 맛이 닿을까 혀를 내밀곤 했다

차갑게 내리던 눈은 혀에 닿아 금방 녹아버렸다

눈은 침에 섞여 입안을 뱅그르 돌았다


하늘 가득 이야기들이 내렸다

이야기들이 내릴 때 혀를 쭉 내밀어 닿게 했다

이야기들은 물이 되어 침에 섞이고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내렸다


언제부터 내려왔을까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이 입에서 저 입으로

혀에 닿은 이야기는 입안에 머물다

공기 중에 끝점 없이 내린다


이 끝없는 이야기는 어디에 내릴까

너의 혀끝에 내려 다시 물이 되어 침에 섞이겠지

그러니 우리는 입맞춤으로 겨울을 쓰자


우리의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 아득하고

끝없이 내려 하염이 없다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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