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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아홉 번째

도시(到_詩)

by 재인


유명한 소설일까 드라마일까

대도시의 사랑법이라고 하던데

가게들과 자동차들의 불빛들이

대도시의 해와 달과 별이 되고

너와 나는 먹구름처럼 사람들에 끼어

어디서 부는 바람일까 비일까

세찬 바람에 빗줄기가 몸깊이 내리치는데

나는 너는 흠뻑 대도시의 사랑일까 이게

시가 되고 싶었던 나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고

그렇게 파리한 몸으로 걸터앉고

물이 뚝뚝 떨어져 번져가는 바닥을 보면서

너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어 내 옆에 앉아

물이 뚝뚝 떨어져 번져가는 바닥을 보고

너였을까 나였을까 입을 열지 않고

눈을 덮고 귀를 감싸면서 시가 되자 하고

벌거벗은 우리의 시간은 서로의 곁을 지나고

그렇게 우리는 대도시의 사랑을

시에 이르러 가만히 읊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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