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어두운 밤공기로 사람들이 쏟아질 듯 내리고
나는 눅눅한 숨들이 가라앉은 자리에 앉아
앞인지 뒤인지도 모르게 옆으로 출발하고
나는 시를 쓰듯이 덜어내고 덜어내서
아니 그 안에 끝내 덜어내지 못하고 눌러 담아
다음엔 덜어내야지 덜어내서 시를 써야지 하는데
여전히 그대로인 나는 대낮의 더운 숨들에서
치렁치렁 늘어진 마음들을 붙잡고
횡단보도의 흰 선과 검은선을 왔다 갔다
내 입에서 끝내 나오지 못했던 말들이
다시금 덜어내지 못한 마음에서 빼곡하고
백석은 나타샤를 사랑한 대고
나는 네가 흘리는 웃음을 주워다가
백석의 나귀마냥 응앙응앙 울었지
나는 수많은 말들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을까
흩어지는 그림자들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일까
덜어내지 못해 쌓아 놓은 말들이 기어코 흐를까
다시 눅진한 숨이 내려앉은 자리에 몸을 기대고
앞인지 뒤인지도 모를 곳으로 옆으로 출발하고
내 마음을 내려볼까 했지만 틈으로 발이 빠질까 두려워
그 자리에 그냥 앉아있어 2호선은 순환선이래
나는 그저 뱅그르르 돌고 있어
닫히고 열리는 문 사이로 시간을 밟고 서는
분주한 다리들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