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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세 번째

빗고 빚어 빛나는

by 재인


사랑하는 너의 머리를 빗다가
사랑은 무엇으로 빚어졌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사랑은 빛으로 빚어졌을까
빛을 빚내다 사랑을 빚고
머리카락 사이에 그 빛을 새기면서
다시금 빗으로 쓸어내리고는
한 올 한 올 반짝이는 빛 무리들에
얼굴을 대고 가만히 숨을 쉬고
닿을 수 없는 것들로 빚어진 사랑인데
닿을 수 있는 너는 내 안에 담기고
한 줄기 새어 나오는 것들로
타래를 만들어 언젠가 저물어갈
하루(何淚)를 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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