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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네 번째

이제 가면

by 재인


구멍구멍마다 무엇이 나온다고

구멍구멍마다 꽉꽉 틀어막는다

무르나 단단하던 그것이

흐르는 물이 되어

구멍구멍마다 나온단다

결국엔 다 물이 되어 스며든단다

끝내 남은 것은 먼지란다

내 손끝의 네 손끝의 먼지 한 톨

입으로 바람을 내지 않아도

한 번의 숨으로 날아가 버릴 한 톨이다

무겁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이었으나

물이 되어 흐르고 스며들어

이제야 가라앉을 줄 모르는

먼지가 되었구나 내 숨을 받아라

그러니 내 숨을 받고 계속 떠올라라

그러다 내 안에도 들어와 떠돌아라

떠돌다 이내 한 숨에 다시 떠나라


아,

이제 가면 언제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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