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구멍구멍마다 무엇이 나온다고
구멍구멍마다 꽉꽉 틀어막는다
무르나 단단하던 그것이
흐르는 물이 되어
구멍구멍마다 나온단다
결국엔 다 물이 되어 스며든단다
끝내 남은 것은 먼지란다
내 손끝의 네 손끝의 먼지 한 톨
입으로 바람을 내지 않아도
한 번의 숨으로 날아가 버릴 한 톨이다
무겁고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이었으나
물이 되어 흐르고 스며들어
이제야 가라앉을 줄 모르는
먼지가 되었구나 내 숨을 받아라
그러니 내 숨을 받고 계속 떠올라라
그러다 내 안에도 들어와 떠돌아라
떠돌다 이내 한 숨에 다시 떠나라
아,
이제 가면 언제 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