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 열 번째

아(我, ah)

by 재인


어떤 몸뚱이는 철썩이는 강에 들썩이고

어떤 몸뚱이는 반쯤 썩어 흙에 묻혀있고

어떤 몸뚱이는 살아서 뒤뚱뒤뚱 사이를 걷는다


나는 한낮의 빛살에 눈이 베이고

베인 틈에서 피가 물이 비죽비죽 나오다

눈을 질끈 감으니 이제는 없는 세계라


내 눈의 한 면을 잘라 낮의 세계를 새기고

다시 붙여 심연을 향해 굴리다 데굴데굴

눈이 하나인 나는 현기증이 올라와 토를 하고

어떤 몸뚱이가 다가와 쪼아 먹는다


나는 내 눈을 굴려 심연의 바닥으로 보낸다

새겨놓은 낮을 내 낯으로 찍어내어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떨어뜨린다


아(我)...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