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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네 번째

따뜻해져라

by 재인


나는, 지나는 사람들의 지나는 말들을 주워

엄지와 검지로 살짝 비벼 그날에 흘려보내고

어제를 생각한다 어제도 이랬던 것 같은데,

오늘도 이렇게 어쩌면 내일도 이렇게

나는 지나는 사람들의 지나는 말을 분분히 흩날리겠지 나도, 지나는 사람들 중 하나인 나의 지나는 말도 누군가의 손짓에서 흩날려졌을까,

나는, 그리고 당신의 말은 숨이 되어

거리 비둘기의 작은 먹이가 되어

그날의 공기 사이로 흩어지고

전선 위에 건물 높은 어딘가에 자리 잡고

지나는 나에게 당신에게 스며들고

지나는 당신에게 나에게 고갯짓을 하겠지

우리의 흩날린 말들은 높이 날고 싶지만

우리의 숨은 우리가 뱉어내는 것보다 낮고

비둘기가 쪼아 먹은 우리의 말은

하얀색 질은 덩어리로 아스팔트 위로 떨어질 뿐이지


나는, 지나는 사람들의 지나는 말들을 주워

그것을 가만히 쥐고서 한참을 가만히 있어

당신도 그렇게 가만히 손을 쥐고서 가만히 서있지

그러다 손을 맞잡고 말들을 섞었지


따뜻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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