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아홉 번째

아른거리는 것

by 재인


한 시인은 살아있다는 것이 영원한 루머라고 했다

그 글을 읽는 한 카페 내 앉은자리 맞은 벽에

그림자가 들어와 있었다

그림자는 모양과 자리를 바꿔갔다

그렇게 여러 모습으로 아른거리다가

흔한 하트 모양의 그림자가 되었다


잠깐이었다


살아있는 것이 루머라면

살아있을 때 하는 사랑도 루머일 테고

루머의 루머는 진실과 멀찍이 떨어져 있을까 싶지만

왠지 같은 게 두 개 있으면 반대의 것이 될 것만 같으니

루머의 루머는

어쩌면 가장 진실한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루머 같은 생에서

잠시 아른거린다

그 모양을 바꾸면서 아른거린다

내 앞 맞은 벽에서 그렇게 아른거린다

루머의 루머야말로 진실한 진실이라면

내 앞에서 아른거리는 그것이

진실로 진실한 진실일까


루머는 흐르는 것,

내 입에서 너의 입으로, 내 귀에서 너의 귀로

루머의 루머는 어떻게 존재할까

아른거리며 모양을 바꿔가며

잠시 내게 보이며 잡을 수 없을 것처럼


진실로 진실한 진실, 그것은

아른거리는 것

아른거리다 한 벽에 맺히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