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과 경외, 희화와 애정이 듬뿍 담긴 자동차 별명들
사바루: 사브 9-2X
GM이 사브 브랜드를 가지고 있을 때 이상하리만치 스바루와 비슷한 형태의 9-2X를 선보였다. 2세대 임프레자를 베이스로 껍데기만 바꿔서 북미시장에 내놓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2년 만에 단종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두 회사의 기술 제휴 제품인 9-2X에 ‘사바루(Saabaru)’라는 별명을 붙여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무당벌레: 스바루 360
이 작고 귀여운 스바루는 1960년대 일본에서 ‘무당벌레(Ladybug)’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차의 모습을 보면 왜 무당벌레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플라스틱 판타스틱 : 폰티액 피에로
1980년대 중반 폰티액이 미드십 쿠페 피에로를 선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차는 많은 사람에게 조롱받았다. 보디 대부분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폰티액은 무게를 줄여 성능을 높일 의향이었지만 당시엔 소비자들에게는 그런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지금은 보디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차가 많다. 폰티액은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과부생산자: 포르쉐 911
‘Widowmaker’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즉 911 오리지널 모델을 타는 건 ‘아내를 과부로 만드는 것’ 만큼이나 위험하다는 뜻이다. 오리지널 911은 코너에서 스로틀을 열거나 닫으면 갑자기 그립이 달라지면서 오버스티어가 나는 경향이 있었다. 터보 모델은 코너 중간에 터빈이 돌면서 갑자기 출력이 폭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운전자는 부지불식간에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차가 튕겨 나가는 걸 경험하게 된다.
벽돌: 볼보 200 시리즈
이 차의 별명이 벽돌인 이유는 각진 생김새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벽돌처럼 튼튼하고 가격도 벽돌을 쌓아 올린 것만큼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 시리즈 이후에도 볼보는 벽돌 스타일의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생산했다.
듀스 앤 쿼터: 뷰익 엘렉트라 225
이 길고 아름다운 차는 그 길이만큼이나 긴 별명을 가지고 있다. 뷰익 엘렉트라 225가 ‘듀스 앤 쿼터(Deuce and a Quarter)’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는 이름에 있다. 이 차의 길이가 225인치(5715밀리미터)나 된다는 것을 이름에 적었는데, 1960년대 큰 차를 선호했던 미국인들은 맨 처음 2를 듀스, 그 뒤 25를 쿼터라고 읽어 ‘듀스 앤 쿼터’가 됐다. 무슨 깊은 뜻이 있을까 싶었는데 사실은 별 뜻 없다.
광대 신발: BMW Z3 쿠페
BMW는 자체적으로 별명을 지어 이 차의 형태를 설명했다. 대부분의 어릿광대가 엄청나게 큰 신발을 신는 것을 착안해 스스로 ‘광대 신발(Clown shoe)’이라고 표현하면서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을 설명했다. 이 표현은 이후 슈팅브레이크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되기도 했다.
식빵밴: 페라리 250 GT SWB
페라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평가받는 250 GT SWB는 당시 파격적인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으로 미국 저널리스트에게 ‘식빵밴(Breadvan)’이라는 닉네임을 받게 됐다. 프랑스 저널리스트는 ‘라 까미오네트(작은 트럭)’라고 표현했지만 아무래도 프랑스어보다는 영어 별명이 세상에 더 많이 쓰이게 됐다. 지금은 ‘브레드밴’이 페라리 250 GT SWB를 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250 GT SWB만 나온다.
염소: 폰티액 GTO
1960년대 폰티액 GTO는 ‘염소’다. 1960년대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차들은 대부분 이름을 줄여서 불렀다. 콜벳은 벳(Vette), 머스탱은 스탱(Stang), 바라쿠다는 쿠다(Cuda)라는 별명이 있었다. 동시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폰티액 GTO는 A를 붙여 Goat(염소)라고 불렸다. 지금도 구글에서 ‘Pontiac goat’를 검색하면 GTO가 나온다. 요즘 한국 젊은이들이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 가기), 고답이(고구마를 목이 막히게 먹은 것처럼 답답한 사람)와 같은 줄여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닭의 비명: 폰티액 파이어버드 트랜스 앰
폰티액 파이어버드 트랜스 앰이 ‘닭의 비명’이라는 기이한 별명을 갖게 된 건 엄청나게 긴 후드에 있는 데커레이션 때문이다. 폰티액은 보닛에 불새(firebird)가 불을 내뿜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겠지만, 호사가들에게는 닭이 혀를 길게 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딱정벌레: 폭스바겐 타입 1
비틀은 자동차 역사에 있어 가장 사랑받았던 애칭이다. 오죽했으면 별명을 정식 이름으로 올렸을까. 지금 폭스바겐 비틀은 사실 오리지널 타입 1의 별명이었다. 사람들은 이 차의 형태를 사랑했고 타입 1이란 이름보다는 딱정벌레(비틀)로 불렀다. 폭스바겐은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걸쳐 비틀이란 별명으로 사랑을 받는 이 차의 이름을 아예 비틀로 바꿔버렸다. 즉 이 차의 작명은 소비자가 한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