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발표한 가수 이승환의 노래 제목이다. 발표 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입에 오르는 명곡이다. 특히 뭇 남성들이 마음을 전할 때 부르기 좋은, 가삿말이 인상적이다. 제목처럼 수수하고 소박한 멜로디로 시작한 노래는 그 무엇보다 당신을 만난 것에 감사하며 맺는다. 화려한 멜로디나 큰 기교도 없지만 담담하게 풀어가는 가사에는 쑥스러운 애틋함이 가득해서 듣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진다.
쑥스럽지만 꼭 전하고 싶어, 90년대의 발라드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말하지 못해서 4분 30초를 돌아 돌아 떨리는 목소리로 맺곤 한다. 그마저도 ‘옆에 있고 싶다’라는 간접적인 표현일 때도 있다. 달과 별, 바다, 호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존재가 비유법의 대상이 되어 노래 불렸던가. 지금 세대가 보면 답답하겠지만, 노래로 표현해내는 그것조차 큰 용기였다고 한다. 이렇게 부끄러웠던 우리의 마음을 고백하던 수단, 음악은 새로운 음악 장르를 만나며 과감해졌다.
2000년대 초, 한 발짝 더 과감히
내 유년 시절을 강타했던 ‘락 발라드’ 음악. 드럼과 일렉트로닉 기타부터 오케스트라까지. 폭넓은 악기 사용으로 음향이 정말 풍성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가사는 여전히 사랑 앞에서 돌고 돌아 표현했지만 말 못 할 이야기를 악기들의 합주로 표현한 새로운 음악의 형태. 90년대 음악이 시적인 가사와 아련한 선율로 마음을 전했다면 2000년대는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합주로 표현하는 시대였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주류
‘문화’로 시작했던 힙합은 ‘장르’가 되었다. 특히 ‘K-POP’으로 대표되는 요즈음 한국 음악은 솔직해졌고 직설적이다. 오히려 당당해졌다. 사랑과 우정을 표현하는 마음은 과감하고 솔직해졌다. 마음 졸이며 답장을 기다리는 모습 대신, 내 이야기를 솔직히 전달하고 담담히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모습을 멋진 춤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대화처럼 느껴지다가도, 간접화법이 익숙했던 나에게는 아직도 조금 낯설다.
시대의 거울, 음악
영화와 음악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한다. 특히 영화는 세태를, 음악은 감성을 더 많이 담는다고 한다. 더 과감해진 음악은 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과감한 청년들을 반영한 걸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한다. 불안한 내일에 대한 생각으로 요동치는 머릿속에, 잔잔한 선율이 머무르기란 쉽지 않다. 내 마음보다 더 격하게 움직이는 비트에 솔직한 마음이라도 담아야 의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머리 아픈 내일은 잠시 내려두고, 솔직하게 오늘의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며 나를 찾고 싶은 마음, 내 이야기를 솔직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요즘의 음악. 갑자기 그렇게 요란하던 요즘의 음악이 반대로 슬피 들리기도 한다.
화려한 음악의 이면
‘사연이 깃든 서사’보다 ‘지금 내 마음의 소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최근의 음악. 이를 보며 누군가는 ‘부족한 사고와 어리숙한 노골적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이건 책을 적게 읽어서, 생각을 적게 해서도 아니다. 요즘의 음악을 소비하는 청년들에게는 벅찬 문제와 막연한 경제 상황이 계속 놓여 있기에. 마음이라도 유쾌하게 상황을 맞이하겠다는 청년들의 소리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른다더니, 시대의 감성을 담는 최근의 음악들은 계속해서 음악차트 상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
다시 화려하지 않도록
음악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패션이 돌고 돌 듯. 내가 좋아하던, 우리 부모님도 함께 즐기던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쑥스러웠던 그 음악의 시대로. 더 많은 음악인이, 더 많은 청년이. 그때처럼 여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내일’에 대한 막연함보다 ‘내 일’에 대한 설렘이 가득한 상황을 기다리며 나는 화려하지 않은 고백을 다시 틀어본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