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친화적 의지를 꺾을 자는 누구인가
지방친화적 의지
23년 1월 9일 오후 7시 40분
이 글을 쓰기 딱 1시간 전에 나는 저녁에 탄수화물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토스트기에 구운 치아바타를 버터에 발라 씹으며 '아 맞다'를 외치고 있다. 이쯤이면 손을 묶던 혀를 묶던 해야겠다. 치아바타는 죄가 없다.
글루틴이 있다면 다이어트루틴도,
허공에 쏜 공포탄으로 위협이 될 리가 있나. 나를 지옥으로 몰고 가며 훈련을 시켜주던 스승님을 찾아갔다. 동호인 사이클 선수로 이름 날리던 스승님이자 술친구인 우리 아재.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놀리다가 노익장에 무릎 꿇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봤다. 뭐랄까, 야구로 치면 김성근 감독님 같은 느낌이 있다.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고 매서운 우리 아재. 1월 8일, 나는 형을 만나 같이 사이클 대회에 나가자고 했다.
죄송한데 제가 프로 데뷔하나요
형의 비결은 하나였다. '끝나고 맛있는 거 사줄게' 라며 건네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달콤했을까? 정작 훈련 끝나고 먹는 건 꽁보리밥이나 한식 뷔페였다. 그때는 그렇게 먹어대도 살이 빠졌으니 얼마나 훈련이 어마무시했을까. 사람들이 나보고 늦깎이 선수하냐고 했던 기억도 난다. 욕도 먹고 비참하기도 했지만 살이 빠진다는 즐거움과 성장한다는 뿌듯함덕에 나는 아침이 기다려졌다.
다시 '스승님이자 아재이자 형'과 다시 대회를 나갈 것을 약속했다. 나는 4월까지 25kg를 빼야 한다. 지방과의 이별을 세상 가장 독한 사람과 다짐했기에, 매주 이틀은 녹초가 확정이다...!
근데 내가 치아바타 물고 이 글을 쓴다는 것을 형이 안다면 뭐라 할까.
#글루틴 #팀라이트